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영화 '파묘(EXHUMA)'가 개봉한 지 9일 만에 40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모았다. 오컬트 대가인 장재현 감독의 또 다른 흥행작이 나온 듯하다. 오컬트(occult)는 라틴어인 'occultus'에서 유래되었으며, ’숨겨진, 감춰진, 비밀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과학적으로 증명이나 측정이 안 되는 숨겨진 지식을 말한다. 15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천체, 인체와 관련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설명할 때 천문학, 의학적 용어로 사용되었다가 19세기 20세기 초에 오컬트는 헤르메르틱주의(Hermeticism), 연금술(Alchemy), 카발라(Cabala) 뿐만 아니라 마법, 영적 혹은 신적 수단을 통해 우주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추구하는 것과도 연결되었다.
이 영화는 조상이 화근이라 묫바람이 분다고 하며 이장을 하기를 권하는 장면에서 부터 파묘 작업이 시작된다. '묘를 판다'는 '파묘(exhuma)'는 'ex(밖으로)'와 'humus(땅, 흙)'을 합친 라틴어 'exhamare'에서 유래된 단어로 '땅을 파내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exhume'은 법적, 의료적, 과학적으로 매장된 시신을 발굴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데도 사용됐다.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무당 화림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 흰색 무복(mourning attire)을 입은 황정민의 굿판이 있었다면 '파묘'에는 컨버스(Converse) 운동화를 신고 대살굿을 하는 김고은이 있다. 흰색은 순수함과 영적 부활을 상징한다. 반면, 블랙은 슬픔, 비애, 애도를 표현하며 애도자들의 단일성과 결속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 속 영림(김고은 분)은 깊은 남색(navy blue)과 블랙의 무복으로 MZ세대 무속인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실제 무속인에게 지도를 받았다는 김고은의 대살 굿은 신세대 무속인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컨버스 운동화를 싣고 흰 색의 캔버스(Canvas)에 붓을 여기저기 마구 뿌리며 그린듯한 명장면을 연출, 끊임없이 회자 될 듯하다.
타투로 축경을 옴 몸에 새긴 봉길(이도현 분)역시 고정관념을 깨는 무속인으로 등장한다. 타투로 다소 험한 비주얼을 연출 하지만 꽁지머리(bun hair), 후디(hoodie), 카고팬츠(cargo pants)를 즐겨 입고, 해드셋을 끼고 비즈니스 석을 타는 봉길은 DM으로 굿 가격을 상담해 줄 것 같은 신세대 무속인으로 보인다.
배우 이도현, 김고은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유해진, 최민식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타투(tattoo)는 18세기 영국 탐험가 캡틴 제임스 쿡(Captain James Cook)과 그의 선원들과 폴리네시아(Polynesia)를 방문했을 때 피부에 잉크나 색소로 무언가를 새기는 문화적, 영적, 사회적 의미를 지닌 관습(practice)을 경험하게 된다. 이에 매료되어 돌아 온 후 영국에 소개하면서 유럽 전역에 타투가 소개 되는 계기가 된다. 그 관습을 폴리네시아어로 'tatau'라고 하며 영어로 넘어 오면서 tattoo가 된 것이다. 특히 유럽 문화에서는 타투가 몸에 새기는 영구적인 패션처럼 자신의 개성을 자유스럽게 표현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MZ세대의 영림과 봉길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한 두 명의 캐릭터가 있다. 배가 불뚝한 지관으로 등장하는 상덕(최민식 분)과 교회 장로인이자 장의사인 연근(유해진 분)이다. 최민식의 묵직한 보이스와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하는 표정연기, 후반부에는 말뚝으로 사무라이 정령과 싸우는 액션까지 보여주며 서서히 고조되는 명품 연기를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물과 불, 어둠과 밝음, 기독교와 무속신앙 등 부조화가 이뤄내는 조화는 묫바람과 같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전반과 후반의 평이 갈리는 듯하지만 '파묘'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티눈을 깨끗이 빼듯 명확한 결말을 주고 싶었다"라는 말로 왜 전반과 후반이 다소 다른 분위기인지 설명한다. 후반부가 전반부에 의해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전반부가 굿판을 깔아주고 후반부는 그 굿판을 통해 재해석되는 듯하다. 다소 새로운 장르의 K 오컬트 영화를 만들기 위해 5년간 험한 곳을 파며 고심했을 장재현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보여 지는 작품이다.
민족정기 쇠말뚝, 무속신앙, 풍수지리, 음양오행까지 연결하는 방대한 스토리의 짜임새,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CG를 사용하지 않은 연출 기법이 주는 긴장감, 오컬트 적인 은근히 감춰진 감동을 안겨다 주는 역대급 험한 작품 하나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듯하다.
조수진영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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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101 패션잉글리쉬 강의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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