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신작 '눈물의 여왕'(tvN)은 결혼 3년 차에 도달한 백현우(김수현 분)와 홍해인(김지원 분)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주말 드라마로 국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글로벌 3위로 등극하며 또 하나의 K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김수현과 김지원은 로맨틱 코미디의 왕과 여왕이라고 할 만큼 완벽한 부부 케미를 연출하며 드라마 속 로맨스 분위기와 시청률 모두를 끌어 올리고 있다.
눈물의 여왕(Queen of Tears) [사진=넷플릭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연출하는 기법은 각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단순한 재미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면서 부부, 가족,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홍해인이 질병에 시달리는 장면에서는 안개나 환경 변화를 통해 내면의 혼란과 불안을 연출하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씩씩한 재벌가 3세로 백화점의 여왕인 홍해인의 같은 옷 다른 느낌의 패션은 시청자들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한다. 백현우가 "우리 외할머니 윗도리 같다"고 한 핑크 트위드 재킷은 해인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홍해인은 핑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 설정에 맞는 블랙 또는 짧은 디자인의 크롭(cropped) 트위드 재킷도 입고 나온다.
눈물의 여왕(Queen of Tears) [사진=화면캡쳐 tvN]
트위드는 19세기 스코틀랜드와 영국 시골 지역에서 튼튼하고 방수성이 뛰어난 거친 양모직물을 트위드라 불렀으며 이는 춥고 비가 많이 오는 기후에 이상적인 소재였다. 럭셔리 하기로 유명한 해리스 트위드(Harris Tweed)는 당시 해리스(Harris) 섬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직조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1993년 해리스 트위드 법에 의해 직조, 염색법이 보호되면서 해리스 트위드 산업의 유산이기도 하다.
눈물의 여왕(Queen of Tears) [사진=넷플릭스]
프랑스 북부의 남성 어부들이 입었던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트위드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코코 샤넬은 1954년 샤넬 패션쇼에 트위드 재킷을 올려 패션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디자인은 편안한 핏(relaxed fit), 직선적인 컷(straight cut), 강성 부재(lack of stiffening)로 움직임의 범위를 넓혔고 남성복이 여성복으로 탈바꿈하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트위드 재킷은 샤넬 브랜드를 정의하는 세련됨과 실용성의 조화를 상징하는 시대를 초월한 아이템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만큼 등장인물의 룩은 주로 올드머니 룩(old money Look)이다. 이는 오래된 부유한 가문의 사람들이 연출하는 룩으로 세련미를 겸비한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클래식한 룩으로 유행보다는 퀄리티를 중시하는 절제된 룩을 말한다. '살며시 함, 잠행, 탐지 기능에 대항하는 은폐 기술'이라는 의미를 지닌 ‘stealth' 단어를 사용하여 스텔스 패션(stealth fashion)이라고도 한다. 드라마 속 사냥 신이나 가족회의 장면 등에서는 다소 화려한 올드머니룩을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올드머니룩의 대유행을 이끈 "Money talks, wealth whispers(돈은 말하고 부는 속삭인다.)"라는 대사로도 유명한 미국 드라마 '석세선(Succession)'의 몇 개의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눈물의 여왕(Queen of Tears) [사진=화면캡쳐 tvN]
변호사 역을 맡은 백현우는 트리 피스 수트(three-piece suit)를 즐겨 입는다. 정장인 '수트'는 '따르다'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 'suivant'에서 유래하였다. 정장의 구성 요소인 재킷, 트라우저, 베스트가 같은 원단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일관된 스타일을 가지며 조화롭고 통일된 앙상블을 지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눈물의 여왕(Queen of Tears) [사진=화면캡쳐 tvN]
'눈물의 여왕'은 배우들의 열연, 긴장감 넘치는 전개, 세련된 패션과 영상미가 '수트'처럼 앙상블을 이루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복잡한 감정의 물결 속에서도 사랑을 지키려는 백현우와 아직 눈물을 보이지 않은 씩씩한 홍해인의 사랑 여정이 드라마 제목처럼 눈물로 얼룩질 것 같아 다소 걱정되기도 한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에서 보는 과거가 어떠한 미래를 만들지 주말이 기대된다.
조수진영어연구소 (SAT, TOEIC 문제 제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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