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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인 1921년은 스웨덴에서 상당히 뜻 깊은 해이다. 스웨덴 여성들이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된 해로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스웨덴의 교육,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는 ‘민주주의’(democracy) 이념이 깔려있다.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democracy’는 ‘demo’ (common: 일반적인, 대중의) 와 ‘kratos’ (rule: 지배)'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국가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정신은 스웨덴의 교육 제도에도 잘 반영돼 있다.
스웨덴에 위치한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ariety of Democracy, V-dem)는 ‘Autocratization Surges – Resistance Grows DEMOCRACY REPORT 2020’ 보고서에서 선거, 자유주의, 참여, 심의, 평등주의 등 다섯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179개 국가의 민주주의를 개념화하고 측정해 순위를 발표했다.
◆국가별 민주주의 순위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
여기에서 스웨덴은 3위, 한국은 18위를 차지했다. 20위권 내의 대부분은 유럽 국가들이었고, 아시아권에서는 한국만 포함되어 있었다. 스웨덴과 한국, 두 나라의 민주주의 순위가 15개의 순위 차이를 보이는 만큼 교육에 반영된 민주주의의 이념적 차이 또한 존재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경쟁 교육 아닌 평등 교육
스웨덴의 의무교육은 1학년~9학년까지다. 만 6세부터 초등학교 교육을 시작한다. 유치원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1세~2세 반과 3세~5세 반으로 나눈다는 건데 아이들의 연령대를 세밀하게 분류하지 않고 함께 교육하기도 한다. 나이대가 다를 경우 서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만약 아이가 2006년 1월~3월 태생일 경우 몇 개월의 차이로 입학 시 2005년생이나 2006년생 중 어느 그룹에 포함시켜야 할지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스웨덴은 국정 교과서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즉, 특정 학년의 특정 과목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업 자료나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다.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진도만 정해 놓고, 가르치는 교재나 자료는 전적으로 교사 재량에 맡긴다. 모든 과목의 시험은 주관식으로 본인의 생각을 기술하는 형식이며, 수학 시험 또한 풀이 과정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
평등 교육을 확립하여 경쟁 구도를 만들지 않으려는 대표적인 방침 중 하나는 상장을 수여하거나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성적 우수상, 각종 교내외 대회와 경시 대회를 통해 어려서부터 경쟁 구도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한국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스웨덴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한다는 점이다. 다만 유치원은 선택이며 일하는 부모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교육비를 지원한다. 만약 유치원 한 달 교육비가 대략 17만 원 정도이면 국가가 약 13만 원을 지원해 주며 만 1세부터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
성(性)에 대한 교육과 평등
자아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은 성(性)에 대한 인식 및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웨덴에서는 공문서에 아빠, 엄마의 성(性), 배우자의 성(性)을 따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즉 엄마와 아빠가 같은 성일 수 있고, 예를 들어 내가 여성이면 배우자의 성이 여성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성 평등주의를 상당히 중시하기 때문에 성적인 차별을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적인 발언조차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은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에서 남아는 파란색 밴드, 여아는 분홍색 밴드를 손목에 차고 태어나지만, 스웨덴에서는 성별을 겉으로 표시해 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아기가 타고나는 성을 ‘sex’라고 한다면 ‘gender’은 문화적인 영향을 받아 생기는 여성적, 남성적 성향에 가깝다. 여성, 남성의 성향이 반영하는 것 중 언어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어를 예로 들면, 부모, 처녀작, 신사협정 등이 있으며, 영어에는, ‘부모’처럼 남자를 먼저 언급하듯 ‘he or she’, 요즘에는 모두 중성인 ‘police officer, fire fighter’를 많이 사용하지만, 아직도 ‘policeman, fireman, chairman, businessman’과 같은 남성을 사용한 단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자동차(car), 배(ship) 등을 ‘she’라고 표기하며 일반 명사에까지 성별이 주어진다.
이러한 사례를 스웨덴어에서 찾아보자면 ‘lärare (교사), lärarinna (여교사), fröken (miss), sjuksköterska (여간호사)’ 등이 존재는 하지만 ‘lärarinna’와 같은 단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스웨덴어는 성 평등에 대해 철저함이 다른 언어보다 강하지만 굳이 찾아보자면, ‘fröken’은 보통 저학년 여교사, 남교사에게 모두 사용되며, ‘sjuksköterska’ 또한 여자, 남자 간호사에게 모두 사용된다. 이 점은 과거에 주로 교사나 간호사의 직업은 여성이 많았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성장 과정을 통해 성적 자아가 변하게 될지라도 이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적 시선을 스웨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스웨덴에는 성 평등교육에까지 민주주의 기본 이념이 반영 되어 남녀 차별을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남녀평등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보다 학업성취도 낮지만 행복지수 높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마다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즉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한다. 2018년 총 79개국(OECD 회원국 37개국, 비회원국 42개국) 만 15세 학생 7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를 아래와 같이 2019년 12월에 발표하였다.
- 수학 OECD 평균 (489점) 한국 526 / 스웨덴 502
- 과학 OECD 평균 (489점) 한국 519 / 스웨덴 499
- 읽기 OECD 평균 (487점) 한국 514 / 스웨덴 506
모든 영역에서 한국 학생이 스웨덴 학생보다 높게 평가되었으며, 이는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점수다. 스웨덴 교육 제도의 장점을 살펴보다가도 이처럼 월등한 한국 학생의 점수를 확인할 때 약간의 안도의 한숨을 내 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OECD 주요국 청소년의 행복지수를 평균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은 82점 스웨덴은 107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교육 평등을 실천하다보니 하향 평준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스웨덴에서는 숙제 도우미(Lax-rut)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적이 있었다. 이는 보조 교사가 집에 방문해 숙제를 도와주며 이에 대한 비용은 반은 정부가, 반은 해당 학부모가 부담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반발로 인해 시행 후 2년 만에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고등학생이 졸업 후 대학에 어떻게 진학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에도 한국의 수시와 정시와 같은 비슷한 제도가 있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으로 가는 방법과 ‘Swedish SAT’ (Swedish Scholastic Aptitude Test) 시험 점수 혹은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점수로 가는 방법이 있다. SAT는 일 년에 두 번, IB는 일 년에 한 번 실시한다. 한국의 수능시험은 매년 치러야 하므로 재수, 삼수를 하게 되지만 스웨덴의 SAT 점수는 한번 보면 5년이 유효하므로, 고등학교 졸업 후 ‘갭이어’(gap year)를 1~2년을 갖고 여행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본인의 적성을 찾은 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2017년에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9세 100명당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수는 한국은 30명, 스웨덴은 35명으로 오히려 스웨덴이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OECD 평균은 28명이다. 스웨덴의 대학이 무상교육이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고졸과 대졸의 급여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볼 때, 35명은 진정으로 학업을 하고자 선택한 숫자로 보인다.
스웨덴의 민주주의는 교육영역에 3가지로 드러난다. 첫째,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의 표현 민주주의, 둘째, 학생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소통 방법의 민주주의, 셋째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주면서 사회가 학생을 바라보는 민주주의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학장인 ‘미노체 샤피크’ (Minouche Shafik)는 이런 말을 했다. "과거의 직업이 근육과 관계가 있었다면 현재의 직업은 두뇌와 관계가 있다. 미래의 직업은 심장과 관계있을 것이다." (In the past jobs were about muscles, now they're about brains, but in future they'll be about the heart) 이 말은 거꾸로 진정한 자아의 심장이 반응하는 것을 점점 등한시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경고다.
한국이나 스웨덴이나 민주주의를 위하여 깊은 성장통을 겪어 온 나라임은 분명하다. 특정 분야에 대한 월등함을 단순히 숫자로 순위를 매겨 평가한다는 것에 여러 가지 찬반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교육 현장을 살펴볼 때, 스웨덴 교육은 심장이 반응하는 것에 좀 더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한국교육은 누가 얼마만큼 빨리 근육을 키워 많은 지식을 머리가 얼마나 잘 암기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2021년 올해로 스웨덴 여성이 선거권을 가게 된 지 한 세기를 맞이하는 만큼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우리 교육 환경에 맞게 다른 나라의 교육 정책을 적용해 근육, 두뇌, 심장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스웨덴 = 조수진 글로벌 리포터 soojinc1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