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게 하니까 이제야 가고 싶은 파리 이야기 0

by subitopiano



프랑스인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게으르다. 솔직히 지금 당장 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갤러리 라파옛(고급 백화점)에 중국 관광객들이 전대 차고 형광색 등산복 입고 에르메스 가방 쟁여대는 패기라도 있으니 망정이지, 아시안 쩐주들이 없으면 지금 당장 국가 부도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개막식도 못할 것 같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중국인들을 매우 무시한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전 세계인을 무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시당함을 무시하는 느낌이라 약간 서로 퉁치면서 세계평화가 유지되는 느낌이다 ㅋㅋ


현대인들은 중국인의 이런 ㄱㅆ마이웨이의 태도로 살아야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은데 어째 나만해도 나이 먹으면서 점점 사람들 눈치 더 보고 이래도 아예 선생님 ^^ 저래도 아예 선생님^^ 하게 됨. 하 정말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죠 여러분...

학교 근처 자주 다니던 카페, 남은 음식을 친절하게 싸줬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프랑스의 게으름으로 돌아가서-


점심시간에는 각종 정원에 단체로 발 하나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가득, 다들 샌드위치에 와인 마시고 통영 돌미역 말리는 것처럼 누워있는데 그 광경도 가관이지만 그 사람들은 2시가 되어도 안 돌아가고 3시가 되어도 회사로 돌아가는 게 더 가관. 가게는 5시 되면 손님 오건 말건 장사 접고 들어간다. 그래서 4시 50분에 입장하면 장사 끝났으니 단호하게 나가라고 한다. 아니 저기 돈 안 버시냐고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상시 고장 확률 20%, 표 찍고 들어가는 곳 30%, 엘리베이터 80%쯤 되는 듯.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35시간인데 그것조차 많다고 만날 파업하고 (어차피 일도 안 하면서 파업은 뭣하려 하는가? 곧 파업도 귀찮다고 안 할 듯) 지하철 달리다가 중간에 고장 나면 언제 수리될지 몰라서 30분씩 1시간씩 그냥 서있고 공지도 안 해준다. 우리 집엔 방마다 들어있는 에어콘이 그곳에선 너무 귀해서 찬바람 나오는 곳에만 가면 절로 할렐루야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공공 서비스나 준법정신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 보니 시내 한복판에 몇 달씩 지내도 거리에서 경찰 한 번 마주치기가 힘들고, 지하철엔 청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지하철 고장 나니까 지하철 고장용(?) 버스로 데려다주더라. 버스 아가씨가 타서 “안 내리면 오라이~~” 하면서 버스 뒷문 퉁퉁 치는 거 진짜 함 ㅋㅋㅋㅋㅋ 하여튼 위생이나 서비스나 파리 지하철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오죽하면 지하철 봉을 물티슈로 닦고 잡는 그 짓을 마냥 청결하지도 않은 내가 하고 다녔니, 엄마가 알면 기절 초풍할 일..


길가다 우연히 본 가정집의 작은 정원. 빠리의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것도 아무렇게 전시하지는 않는다.



파리지앵들은 다 샹젤리제에서 샹송 부르고 베레 모쓰고 루부탕 신고 걷는 줄 알았던 나는 매우 크게 충격을 받고 이상한 배신감도 느껴서 이 거지 같고 더러운 나라에 다시는 안 온다고 다짐 다짐을 했으나 평소에도 한 입으로 두 말 잘하는 나는 그다음 해, 그 다다음 해도 매 여름 프랑스에 갔고, 돌아와서는 늘 프랑스=후진국 썰을 풀고 다녔다. 그런데 2020 올해 몇 년 만에 안/못 가게 되니까 드디어 비행기 안타도 된다 오예 하다가, 사진이랑 비디오를 뒤져보니 슬금슬금 가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 어제쯤 되니까 하 겁나 아름답네.. 싶다가, 오늘 아침쯤 되니까 ㅠㅠ 겁나 가고 싶다의 상태가 됨.


그리하여 뒤늦은 여행기를 써볼까 합니다. 100% 내가 읽고 싶어서 쓰는 나의 이야기. 이 여행기의 작가는 나 독자도 납니다. 고로 여행정보 없음, 꿀팁 없음. 하여튼 지나 봐야 봄인 줄 알지 쯧쯧,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은 이건 그냥 범우주적 천성인가. 너 같은 딸 낳아봐라 엄마가 늘 그랬는데 엄마, 난 나 같은 딸 낳을까 봐 애 안 낳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