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문화 사대주의자인 나는 처음 파리에 갔을 때 마주치는 모든 것에 크게 감탄을 했다.
⠀
이야 볼빅 역시
이야 크로와상 역시
이야 마들렌 성당 역시
⠀
늘 꿈만 꾸던 도시에 발 붙이고 서 있다는 게 신이 나서 길가에 떨어진 새 깃털만 봐도 이야 역시 유럽 스타일이군 프랑스 것들 난 놈이여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꽃놀이도 하루 이틀이라고, 이주쯤 지나니 에펠탑 보면서도 고철 모다 팔면 비싸겠다 하게 되더라 ㅋㅋ 그렇게 감흥이 급격히 감가상각 되며 많은 것들에 미적지근 해지는 가운데 시간이 지나도 감동이 줄지 않는 단 하나의 장소가 있었으니 그곳은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이었다.
⠀
몽마르트 언덕의 꼭대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파리의 꽤 높은 지대에 위치한 훌륭한 전망대이다. 도착하려면 30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걷다 지쳐서 천당 직행하는 줄 알았다ㅋㅋ 여하튼 프랑스에서는 성당 투어를 꽤 많이 다니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곳만큼 복잡한 마음이 몰아치는 곳은 드물었다. 참회랄까, 경외랄까. 하여튼 삶의 그 어떤 순간에도 마주하지 못했던 벅참의 순간이 분명히 있다. 돔의 건축/스테인드 글라스/높은 천장/몇 백 년 된 조각 등등의 감흥이 합쳐지면서 '봐라 이것들아, 성스러움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묘사 불가능한 감동을 경험케 하는데, 거기다가 수녀님들 합창하시고 막 파이프 오르간 소리 천장에 울려 퍼지고 그러면 종교/성별/국적/나이 상관없이 바로 눈물 스타트 ㅋㅋㅋ 그 와중에 아니 웬걸, 수녀님들 당황스러울 정도로 노래 잘해서 오디션 보고 들어온 줄.. 하여튼 그렇게 일단 눈물로 속죄하는 와중에 슬쩍 옆에 보니까 나 포함 죄짓고 산 것 같은 각 나라의 사람들 다 울고 있고 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죄 많이 짓고 산 사람들은 꼭 가서 한 번씩 털고 오길 바란다.
⠀
그렇게 종교도 없는 주제에 영적 cleansing의 시간을 보내고 죄 사함 받은 것 같은 착각의 마음으로 언덕을 내려오면 클리쉬 길의 물랑 루주에 도착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 기준 양옆으로 각종 성인용품 매장과 19금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샵들이 쫙 깔려있음. 늘 지나가기만 하다가 재작년엔 큰 맘 먹고 처음으로 성인용품 매장에 구경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