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서울동물영화제 <꿀꿀> 프로그램 노트
마샤 할버스타드 | 네덜란드·벨기에 | 2022 | 70분 | 애니메이션 | 전체관람가
9살 소녀 밥스의 가족은 텃밭을 가꾸며 채식을 실천한다. 어느날, 수상한 짐 가방과 함께 불쑥 나타나 밥스의 아지트인 오두막을 차지한 할아버지. 아무도 반기지 않는 집에서, 할아버지가 손녀의 환심을 사는 열쇠는 동물이다. 생일선물로 반려견을 기대하는 밥스에게 할아버지는 아기 돼지를 선물한다. 밥스는 ‘꿀꿀이’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배변 훈련이 되지 않은 꿀꿀이는 집안의 골칫거리다. 돼지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엄마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아빠. 유일하게 밥스와 꿀꿀이의 편에 서는 어른은 할아버지다. 엄마가 내건 조건인 애견 시험 통과를 위해 훈련도 함께 한다. 극적으로 합격증을 받아 온 다음날 아침, 꿀꿀이가 사라진다. 할아버지가 침대 밑에 보관하던 소시지 기계와 함께.
꿀꿀이를 향한 밥스와 할아버지의 애정은 결이 달랐고 그 차이는 결국 갈등으로 치닫는다. 꿀꿀이를 지키기 위한 사투는 처절하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형태를 빌려 동화적으로 표현했지만, 그렇기에 누가 악당인지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문득 동화보다 잔인한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할아버지도 꿀꿀이를 사랑하잖아요?”
“물론이지! 나도 그 누구보다 꿀꿀이를 사랑한단다.”
밥스의 애원과 할아버지의 대답. 영화 말미의 엇갈린 대화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