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만남과 성장의 이야기

「일 포스티노」

by 라벤더
시란 설명하려고 하면 진부해지고 말기 때문에,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다.


골드문트의 세계를 확장시켰던 나르치스처럼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인연. 마리오는 우연히 우체부 모집광고를 보고, 네루다의 유일한 소식통이 되었고, 시를 통해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그런 인연이었을까.


네루다의 시집도, 그의 아내를 "사랑"이라 부르는 시인의 삶도, 동경 그 자체다. 네루다에게 수줍게 헌사를 부탁하고 마을의 자랑거리로 "베아트리체 루소"라고 말하던 마리오. 마리오는 네루다로부터 "메타포(은유)"의 세계에 눈을 뜨고, 삶 속에 시가 있음을 느낀다. 마리오에게 잠재되어 있던 시적 영감을 이끌어내 주는 네루다. 시를 통해 자신의 말을 하게 되고, 사랑을 얻었으며, 삶과 사상에 대해 알아간다. 베아트리체를 위한 사랑 시를 부탁하고, 네루다를 향한 정치적 선언을 하기도 하며, 노동자 집회에서 시를 발표한다.


자신의 세계를 열어준 네루다를 위해 시적영감이 되어준 자연의 소리들을 녹음하는 장면은 백미다. 먼 훗날 마리오의 죽음과 그의 "시"만이 돌아온 네루다를 맞는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나서 "일 포스티노"를 다시 봤다. 애잔한 음악과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노시인을 통한 마리오의 정신적 성장.

시 그리고, 만남과 성숙에 대한 영화인 일 포스티노.


소설 속 배경인 이슬라 네그라는 영화 속에서는 실제 이탈리아 정부의 도움으로 망명했던 이탈리아의 작은 섬과 지중해로 바뀐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는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민중 시인이다. 스페인 내전 이래 반파시스트 운동, 공산당 입당 및 상원 의원으로의 정치 활동, 정치적 탄압으로 인한 망명 등의 삶은 네루다에게 무거운 이미지를 입힌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모습은 사람들을 좋아하고 파티 때면 가면을 쓰고 손수 칵테일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으며 바의 서까래에 죽은 친구들의 이름을 새겨놓고 방문객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인 작가 스카르메타는 실제로 네루다의 인간적인 따뜻함을 소설화했다고 한다. 책 한 권 내본 적 없는 까마득한 후배 문인과도 유머를 섞어가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소설이 나오기 전부터 연극이나 라디오극으로 만들었으며 1983년에는 영화로도 만든다. 직접 감독, 배우로도 출연해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를 처음 찍는 아마추어 감독이 만든 저예산 영화로는 기록적인 관객수이며, 스페인과 프랑스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받게 된다. 1993년 사망 20주기를 맞아 네루다의 유해를 생전 소원대로 이슬라 네그라 집 앞으로 이장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작품해설 참조)


마리오의 첫사랑이며 아내인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사랑했던 여인이다.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이름. 소설 속 17살의 마리오는 30대라는 설정으로 바뀌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의 순수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지병이 있어서 하루 1-2시간 촬영도 힘든 상태였고, 자전거 타는 장면은 대역을 썼다고 한다. 영화를 찍은 직후 마시모 트로이시(마리오역)는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결국 이 영화가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소설과 영화의 엔딩은 조금 다르지만 영화의 엔딩이 더 애잔한...


영화 내내 이 음악이 흐른다. 하나의 멜로디가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에 따라 변주된다. 시어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함축성을 음악으로도 표현하듯. "시"안에서 마리오의 감성과 이성은 음악처럼 변주되고 성장한다.

그리고 엔딩자막으로 올라가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To our friend Massimo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날 찾아왔다.

난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게 겨울이었는지

강이었는지

언제 어떻게인지

난 모른다.

그건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고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그곳에서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