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by 라벤더

밥벌이의 지겨움, 그러나…


꿈꾸는 삶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밥벌이까지 해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언젠가는 꿈과 이상을 향해 살아가리라 기대하지만, 시간 속에서 현실은 서서히 우리를 안락함으로 끌어당긴다. 결국 우리는 꿈 대신 현실을 택한 자신을 스스로 달래며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지” 하고 중얼거리곤 한다.


그러면서도, 밥벌이를 하면서 취미로 이상을 붙잡는 절충점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취미가 현실을 압도하기도 한다. 그때 비로소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생긴다.

수많은 책에서,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알겠다. 이상과 현실의 거리란, 정말 머리와 가슴 사이만큼이나 멀고도 아득한 것임을.



6펜스보다는 달


찰스 스트릭랜드는 내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따라가기 위해 일과 가족을 모두 내려놓는다. 도덕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는 참 몹쓸 인간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삶’ 대신 관습의 당위성과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사는 대부분의 삶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의 선택은 또 다르게 보인다.


주식중개인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의 삶은 어딘가 텅 비어 있었다. 공허한 육체와 정신으로 나이 들어가던 스트릭랜드는 결국 인습과 도덕의 굴레를 떨쳐내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약한다. 일상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진짜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


화가로 살아가는 스트릭랜드는, 한 가정을 꾸리던 ‘정상적인 가장’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가난과 고통을 스스로 선택하고, 타인에게 최소한의 배려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배신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죄책감이라곤 없다. 도움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어도, 이상을 좇다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죽어가면서도 타협이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 죽음은 삶과 이어진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끝까지 ‘자유인’으로 존재한다.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게 만드는 그 정체 모를 갈증.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이탈 없이 삶을 이어가지만, 누구나 마음 한 귀퉁이에 쌓여가는 공허함이 있다. 달을 바라보듯 특별한 무언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늘 녹녹지 않다. 인생은 되돌이표처럼 반복될 뿐이다.


스트릭랜드도 그랬다. 안정적인 직장, 단란한 가정, 겉보기에 모난 데 없는 삶.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닌 ‘타인이 바라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삶에서 진짜 행복은 나올 수 없다. “그림은 취미로 그리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게 그림은 목숨과도 같았다. 숨을 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살아야 한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으니까. 꼭 달을 움켜쥐지 않아도 된다. 6펜스 속을 걸으면서도 달을 향해 고개를 드는 그 여정 자체가 이미 가치롭다.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가 곧, 자기 인생의 단독자, 모두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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