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있는 하루 일기
요 며칠 방이 어수선하다.
아들이 바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가 온다.
한동안 멈춰있던 3d 프린터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뭐 만들어?"
"여자 친구 줄 가습기요."
"집에 가습기 없어? 사는 게 돈이 덜 들지."
"가습기 있죠~그리고 엄마! 정성이지. 해주고 싶어서요"
"여자 친구는 좋겠다."
"엄마,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지?
내가 내일 엄마 맛있는 거 사드릴게"
"됐다----
근데 아들, 색깔이 좀 별로다.
투명으로 반짝이면 더 이쁘겠다."
내일 내 생일이다.
아들한테 섭섭하기도 하고
또 귀엽다고 하니
남편 왈
"내가 그랬음 이 엄동설한에 쫓겨났을 건데..
"지지고 볶고 싸워도
당신밖에 없지.
내가 믿는 구석이라곤 당신뿐이잖아"
갈수록 나이만큼이나
내 능청스러움도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