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너무나도 남는 나의 해방 일지
나의 해방 일지
분명한 건 나에게 몇 안 되는 인생 드라마 중 하나
왜일까?
그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그냥 염미정이 나 같아서
마른 황태처럼 수분이 쫙 뺏긴
간신히 숨 쉬고 앞을 보고, 걸을 수 있을 정도만의 영혼을 가진
그 모습이 정말 불과 몇 개월 전 어떠한 회사를 다니며 내가 뼈저리게 겪었던 상황과 일치했다.
주변의 하하호호 웃는 소리와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는 나에게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 공간에 있는 게 그냥 매 순간 매초 나를 숨 막혀 왔달까..
염미정의 그 영혼 없는 눈빛과 영혼 없는 말투 무색의 무매력처럼 비추어지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 회사가 전부가 아닌데 그 안에서의 삶이 다가 아닌데.. 그 속에서도 구 씨의 손길이 없었다면 살아갈 수나 있었을까?
구 씨가 좋은 남자가 아닌 건 무언가 느껴졌지만 인간적인 따스함 영혼의 대화랄까 서로 말하지 않아도 무언의 편안함이 서로를 이끌지 않았을까.
모든 역할들이 공감되고 맘 아팠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가장 닮은 미정이가 제일 슬펐다.
감정기복도 없는 미정이를 살려낸 게 구 씨
그리고 구 씨는 술을 마신다 내내
안주도 없이……
그걸 보고 있자면 나와 멍뭉씨(남편)도 생소주가 급당 기긴 했지만
결국 나에게 가장 남긴 한 가지 각자의 인생의 답답함을 나의 해방 일지로 풀어내고 공감을 사게 한 박해영 작가의 팬이 되게 한 것.
인생에 정말 팬이 되고 싶은 작가님 한 명쯤 있는 거 되게 멋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