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캐는 날

냉이도 말한다

by 복사꽃향기

새로 이사 온 과수원 밭에는 냉이가 지천으로 깔렸다.

처음엔 몰랐다. 냉이가 그렇게 겨울을 이기고 땅을 뚫고 올라와 있는 줄을.


터를 닦아 기름진 밭으로 만들고 나니 어디서 날아온 냉이씨앗이 온밭을 냉이로 뒤덮었다.

많아도 너무 많다. 밭 전체가 냉이다.


이렇게 많은 냉이는 처음 본다. 보는 사람마다 감탄부터 한다.

2월이 되면 언 땅이 녹고 포슬포슬 올라오는 여린 냉이를 캐고자 온 논둑을 누비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수고로움이여 안녕!이다.


나는 오늘부터 냉이부자다.

호미를 들고 와서 냉이 한뿌리 가열하게 캐고자 땅을 난도질한다.

그런 와중에 냉이를 생각한다. 기특하다.


냉이도 성격이 있다.

냉이가 말하기 시작한다.

똑바로 자란 냉이는 뿌리가 깊다. 성격으로 말한다면 절대 굽히지 않는다.

깊이 박혀있는 뿌리를 힘으로 잡아당기면 바로 뚝하고 부러진다.

하지만 옆으로 자란 냉이는 비스듬하게 자라 쉽게 잘 뽑힌다.


인생도 이러하다는 생각이 순간 스친다.

사람도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유연한 사람은 절대 부러지지 않는 상황을 선택하며 적당한 지점에서 조화롭게 조금씩 휘어지다 언젠가 제자리도 돌아온다.


냉이도 그냥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거름이 너무 많은 곳에는 영양분이 너무 많아 노력하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기에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다. 옆으로만 부드러운 잔가지를 무성하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영양이 부족하고 척박한 땅에는 그렇지 않다. 살아 내기 위해 더 깊이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 힘든 노력으로 인해 향은 더 가득히 머묾고 뿌리는 곧고 실한 영양덩어리로 키워냈다.


듬직하고도 굵은 냉이뿌리를 보는 순간 땅속에서 애써 버텨온 그 노력과 굳은 심지가 참으로 가상하기만 하다.

'사람도 이러하지 않을까' 하고 순간의 생각이 한자리에 머물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얻고자 끝임 없이 노력하고 참아온 그 시간들이 언제가 그 가치가 발현되는 순간 우리는 감동하게 된다. 오늘은 냉이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고귀한 생명력이다.

그런 냉이는 또 한 번의 또 한 해의 거친 땅을 힘차게 딛고 굵고 더 좋은 자태로 우리 밭에 온 것이다.


10년 전 시골로 내려와 지금은 완전한 농군이 된 형님에게 냉이 부자라고 자랑을 했더니 판매를 해 보라며 수확한 농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었다.

냉이를 캐다 4시쯤 새벽시장에 가져가면 각지에서 온 상인들이 종류불문하고 사 가지고 간다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그런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바로 다음 장날에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골장 서는 전날 냉이를 한 바구니 가득 캐서는 씻고 다듬어 깨끗이 손질하고 저울에 달아 보았다. 3킬로였다.

시세가 1킬로에 만오천 원으로 사전 조사해 놓고는 너무 좋은 냉이라 5만 원은 받을수 있겠다 생각했다.

일단 새벽시장에 가서 어떤 식으로 판매가 되는지 알아보는 날로 정했다.

가져갔다 못 팔고 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두둑한 3킬로의 냉이를 차에 싣고 새벽시장을 향해 출발했다.

시장 근처에 가까워지자 첫판매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전에 벌써 우리 차 가까이 다가오는 검은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걸걸한 장사치였다.

내려진 창문사이로 소리친다.

"뭐 가져왔능교?

"냉인데요!

"봅시다"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자 냅다 냉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아무 말 없이 자기차로 가져가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아저씨 그냥 가져 가시면 어떡해요~~ 냉이값을 주고 가셔야죠!" 하자

봉투를 바닥에 턱 하고 놓더니 "몇 키론교?"했다.

"3키로요!"

"그럼 3만 원" 하는 것이었다.

"아니요, 5만 원 주세요"했다.

그러자 "도로 가져가소! 여기는 키로에 만원밖에 안쳐줍니다." 하며 냅다 돌아서는 것이었다.

순간 경험이 없던 나는 "아~~~ 잠시만요, 가져가세요!"

하며 냉이를 넘겨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농산물을 처음으로 판매해 본 신기함에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하루치 경험이 쌓여 그다음 장날에도 새벽길을 달렸다.

정보를 알려준 형님이 일단 시도하고 보는 나를 향해 말한다.

"농사꾼 체질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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