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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쑥 Sep 07. 2022

너도 나도 자영업-ep.3.

그들에게도 그런 고충이!

벌써 세 번째 에피소드라니, 시간이 참 빠릅니다. '나의 결정사 연대기'는 꾸준히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꾸준함이 답이라 했으니, 성장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정보와 통찰이 되기를 바라며!


글의 꼭지를 어떻게 잡아 뺄까 고민을 좀 해보았다. 그런데,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열거하면 단순한 소개팅 후기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아, 스스로도 읽는 이에게도 흥미를 잃게 만들 것 같아 이제까지의 경험을 재구성하여 분류화해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자영업'편!

기실, 직업 세계의 분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필자의 인상에 의해 분류된 '자영업자들의 사랑과 결혼'편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유명한 *이버 카페가 있는데 필자는 최근 이 카페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많은 자영업자들의 고민을 접하게 되었다. 이 자영업의 세계라는 것이 잘 풀리면 사업, 안 풀리면 특정 공간 등의 사업 세팅에 자신을 가두는 가혹(?) 행위가 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시작하기 전에 망설인다. 필자는 가족들이 그 과정을 겪는걸 생생하게 보고 들으며 많은 것을 체감했던 경험이 있다. 사실 현대의 직업세계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행위이기에 이 경제 활동에 특화된 세팅과 능력치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백 프로의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은, 직접 자영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로서, 감히 자영업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하고 계신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심정과 상황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 위함이다.)



<내가 만난 자영업자들- 그들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은 결혼정보회사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떤 유형'의 자영업자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사랑을 찾으러 이곳에 왔건만, 본의 아니게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듣고 때로는 상담(?) 비슷한 것을 하기도 하는데, 생각했던 로맨틱한 소개팅 장면이 아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의미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결혼정보회사에 오는 자영업자라고 한다면, 흔히 말하는 '전문직'남성들과 '사업'가 들이다. 필자가 가입한 결혼정보회사의 경우에는 변호사와 의사가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같고, 다양한 분야의 사업가들도 포진해 있다. 물론, 처음 가입할 때나 그 이후에 절대 이 회사에서 전체 고객의 직업을 포션으로 나누어 설명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Private'하게 만남이 진행되는 곳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단지 필자가 '만났던'혹은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직업군에 한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우선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 남성들에 대해서. 

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필자의 경우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우와.... 무조건 잡아야지'(?) 이런 건무 조건 아니고, 소명의식을 가지고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일을 하는 만큼 책임감으로 임하는 분들의 경우 존경할만하다고 여기는 편이다. 자, 나이가 어느 정도 차게 되어 결혼정보회사를 제 발로 찾아오는, 혹은 부모님에 의해 등록된 회원인 그들은 결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또한 결혼정보회사라는 채널을 통해 만나는 이성들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을까?



"매출이 고민이야..."


필자가 첫 번째로 만났던 이는 2년 차 정형외과 전문의였다. 결정사에 등록하고 만난 두 번째 사람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둘 다 의사였기는 한데 약간 경우가 달랐다. 첫 번째 사람은 2차 병원에서 수련 중인 레지던트였고, 이 분은 1차 병원에서 부원장으로 근무하는 봉직의(특정 병원에 고용되어 급여를 받고 일하는 의사)였다. 대학 병원에서 오랜 수련 기간을 마치고 전문의 2년 차에 접어든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작은 병원 내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생활과 매출에 대한 압박감인 듯했다. 


함께 일하는 나이가 지긋한 동료가 학교 선배 이기는 하나, 수련한 병원이 다르고 본인이 보기에는 좀 애매한 편인데, 매우 깍듯하게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 난감하다는 입장이었다. '음, 그럴 수 있지.' 필자와 두 살 차이인 그는 mz 세대답게(?) 선후배, 상하관계에 따른 의전과 여러 가지 부수적인 문제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었다. 주말임에도 쉬지 못하고 라운딩에 나갈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는지 동료분을 데리고 운전을 하는 중에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또한 매출에 대한 고민은 의사로서 환자들의 증상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듯했다. 듣기로는 연봉이 2억을 웃도는 그였다. 그렇다면 대표원장이 그에게 기대하는 산출 값은 각종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기타 비용을 고려해서 두 배 이상은 웃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이 많은 대학병원 같은 경우 의사들이 환자의 증상과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그리 심각하지 않은 증상들과 상담차 방문하는 환자들을 많이 대하는 1차 병원의 봉직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주 고객을 분류하자면 평일과 주말로 분류할 수 있었다. 평일에는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 여성들이 많이 방문하고, 주말에는 20-30대의 직장인 여성들이 상담차 많이 방문한다고 했다. 아,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필자도 정형외과 마니아이다. 현대인의 필수(?) 질병인 거북목, 척추 염좌와 손목 터널 증후군 기타 등등을 고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두세 달에 한 번씩은 꼭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필자가 2-3년 전부터 방문했던 그 병원의 원장님이 소위 말하는 '명의'랄까,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분이어서 주치의로 모시게 되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건강상담과 관리도 함께 받게 되었는데,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주말에 많이 방문한다는 말이 곧바로 이해되었다. 고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정확한 설루션이 필자의 머릿속에 바로 산출되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가 물어본 적도 없고, 그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기에. 


시니어들은 건강 문제도 있지만, 그를 손자처럼 여기는 듯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필자는 이 부분에 특히 공감이 갔다. 필자의 경우에도 직장생활 10년 차, 이제는 제법 중견 느낌이 나는 경력직인데도, 직업 특성상 고객님들이 나이가 몇인지, 결혼은 했는지, 애는 있는지 등 직업인으로서의 필자의 전문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정보들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그 고충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안다. 그리고 정확한 설루션을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삼가였다. 



2년 차 전문의인 그가 겪는 고충은 그 정도였다. 의료 서비스라는 자영업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는 예상과 공감이 가능한 부분이어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이런 걸 원했던 건 아니지만, 직업 세계에 대한 탐구가 되었고, 전문직이라는 분야에서도 '매출'이라는 강력한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남자로서 그가 어땠는지, 남녀로서 우리의 대화가 어땠는지는 사실 좀 조심스럽기도 하고 별로 할 얘기가 없기도 하다. 그는 주로 해야 할 말을 생각해두었다가 하는 편인 듯했는데, 필자가 그와 나눈 것이 대화였는지 독백으로의 초대였는지 아직도 잘 구분이 가지는 않는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독백이자 자신과의 대화였는지도. 지하철역에서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다음 날의 골프 라운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그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고 돌아오는 길이 씁쓸했다. 한껏 꾸미고, 미용실까지 들렀다가 왕복 세 시간을 걸려 강남까지 왔다 갔다 한 날이었는데, 그날의 수확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곱씹게 되는. 


많은 청춘 남녀는 낭만적 사람을 꿈꾼다. 적어도 필자의 경우 낭만적 연애 성향을 지녔기에 나의 솔메이트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결정사까지 찾아가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사랑은 운명처럼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알아가게 되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남역 *스쿠찌에서 차 한잔 하면서 한 시간 반 가량 했던 이 대화가 운명의 상대를 찾기 위한 희망으로 세팅된 소개팅 자리였는지, 비즈니스 미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결정사의 세팅 자체가, 많은 돈을 내고 가입하기에 속된 말로 '밥값도 아까운' 환경을 조성하고, '마음에 안들 수도 있으니 차 한잔'이라는 희한한 세팅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누구나 알법한 *타 벅스, *스쿠찌, *바셋 등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오후 2시, 4시 등의 애매한 시간에 약속을 잡아주기 때문에, 다들 밥값에 대한 부담이 없이 차 한잔 하고 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이것은 거의 외적인 부분(외모, 분위기, 대화 스킬, 조건)만 판단할 수 있는 단편적인 만남인데, 청춘남녀가 이렇게 계산적인 세팅 안에서 서로를 알아가고자 하는 의지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스친다. 



여러분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셨나요? 어디에서, 어떻게? 

필자는 오늘 자영업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와의 대화에서 필자가 느낀 바를 '결혼정보회사'라는 세팅의 관점에서 풀어보았다. 달콤한 여운이 남았으면 좋았겠지만, 직업세계에 대한 탐구와 씁쓸함을 남긴 그날의 기억.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나둘씩 알아가고 컬렉팅하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는 나의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겠지'라는 희망과 함께. 그는 지금쯤 운명의 상대를 만났으려나? 고민에 휩싸인 미간과 할 말을 구상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던 한 남자가, 그에게 맞닥뜨린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오늘의 에피소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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