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로 지역의 활력을 채우다

관계의 재구성 : 인구유입 정책에서 관계 형성으로 전환 (3)

by 즐거운 도시연구자

관계인구나 생활인구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얼마나 자주 오게 할 것인가’ 혹은 ‘얼마나 많이 유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지역에는 어떤 관계와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관계인구를 고민할 때에는 그들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사람들은 어떻게 우리 지역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게 되는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지역의 입장에서 필요한 관계와 니즈에 대한 고민 없이 관계인구(생활인구) 정책을 추진한다면, 결국 관광정책이나 귀촌정책의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지자체나 현장에서는 의미가 모호한, 단어만 그럴듯한 정책 용어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현금성 지원 등을 통해 관광객의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반복된다면 관계인구라는 개념은 지역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한 채 공허한 용어로 남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계인구가 지역에서 필요한 개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바라봐야 할까요.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로 인해 생활서비스와 로컬리티, 커뮤니티 등 곳곳에 공백이 생기고 있습니다. 동네의 작은 가게가 문을 닫고, 오랫동안 이어지던 모임과 활동이 점차 사라지며, 일상의 관계망이 느슨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줄어든다는 문제를 넘어, 지역의 생활을 지탱해 오던 기능과 역할이 비어 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공백은 숫자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역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장소와 활동을 발견하고, 그에 따라 지역을 선택적으로 오가며 관계를 맺는 사람들입니다. 한 지역에 정착해 살아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교통, 통신,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에 크게 제약받지 않고 다양한 지역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일과 생활의 방식이 다변화되면서 꼭 한 곳에만 속하지 않고 여러 지역을 오가며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디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지, 어떤 주제와 맞닿아 있는지가 더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관심사와 가치관이 연결되는 시대에는 물리적 거리보다 ‘어디에서 나의 역할이 작동하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요. 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을 단순히 숫자로 메우는 것이 아니라, 그 공백을 어떤 역할과 어떤 사람으로 채울 것인가를 질문해야 할 시점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의 생활서비스를 유지할 사람,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확산할 사람, 새로운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사람 등 지역의 흐름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역할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가’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 지역과 관계를 맺는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도시계획을 업으로 삼은 사람인 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에 기여하며 그 흐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게 주목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들을 ‘활력인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축소되는 지역의 활력을 단순한 인구 유입이 아니라 전국에 거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과 역할 수행을 통해 보완하고 확장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활력인구의 기반은 여전히 지역민입니다. 과거에는 지역민만으로도 지역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충분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제는 지역 외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함께 지역의 생활서비스를 공급하고, 로컬리티와 커뮤니티, 콘텐츠 등을 만들어 내며 지역에 기여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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