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Nov 22. 2018

증류식 소주 VS 희석식 소주. 당신의 선택은?

소주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체적인 주류시장이 감소 추세인 가운데 수입 맥주, 스파클링 와인과 더불어 유일하게 상승하는 주종이 하나 있다. 바로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 대장부를 비롯한 대기업 제품부터 본격적인 증류식 소주 시장을 열었다는 화요, 그리고 안동소주를 필두로 하는 전통 소주가 대표적이다. 2015년 국세청의 자료에 의하면 이러한 증류식 소주는 2012에 비해 2015년 200%, 2017년 300% 이상의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에 비해 희석식 소주는 2015년 전년 대비 소비량 0.2% 감소, 맥주는 0.7% 감소 추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알코올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보면 한국 술 중에서 괄목할만한 주종 종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 문화와 기존의 단순히 취하는 문화에서 맛을 즐기는 문화로 시프트가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흔히 이야기하는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둘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출처 국세청. 2016,2017 추정>



원료의 풍미를 살린 증류식 소주. 단순한 맛의 희석식 소주
일반적으로 희석식 소주는 85% 이상의 주정(에틸알코올)에 물로 희석하고 조미를 한 술로 알려져 있다. 연속식 증류기란 것을 통해 이른바 증류 시에 나오는 불순물, 메틸알코올, 퓨제 오일 등도 철저하게 제거하여 순도 높은 에틸알코올을 만든다. 희석식 소주의 맹점은 불순물도 없애지만, 원료가 가진 풍미도 없앤다는 것. 그래서 원료가 되는 농산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쌀, 고구마 등 다양하게 써도 어차피 지극히 유사한 맛만 나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숙성하면 이른바 불순물도 증발하여 숙취가 적다고 알려져 있는데, 희석식 소주는 어차피 들어있지도 않아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그래서 빨리 만들 수 있고, 좋은 원료를 고집할 필요도 없으며, 그래서 저렴하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에 반해 증류식 소주는 일반적으로 단식 증류기를 통해 1,2번만 증류를 하며, 원료의 풍미를 살린 소주다. 숙성을 통해 불순물을 없애고, 최근에는 기술도 발달해 불순물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증류식 소주는 원료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쌀 소주, 보리소주, 고구마 소주가 바로 이런 분류다.


<다양한 증류식 소주(전통 소주). 출처 전통주 갤러리. 모두 원료가 확실하다>



둘 다 희석하고 증류하는데 왜 이름이 다르지?
희석식 소주나 증류식 소주 모두 발효와 증류라는 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하나는 희석식 소주고 하나는 증류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 입장에서는 우리도 발효하고 증류하는데 용어를 증류식과 희석식으로 구분하자는 것은 억울할 수 있다. 실은 희석식 소주란 이름은 공정에서 나왔다기보다는 공장 자체의 시스템에 있다.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에서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발효하고 증류하여 제품을 만든다. 그것에 비해 희석식 소주는 공장에서 하는 업무가 주로 희석만 하고 조미를 하는 일 정도다. 즉 주정공장에서 알코올을 받아 결국은 희석하고 조미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발효하거나 증류하는 모습을 볼 일이 없다. 희석만 하는 모습 정도만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하나의 양조장에서 발효와 증류를 거쳐 소주를 만드는 곳은 증류식 소주, 주정을 받아 희석해서 조미하여 출하하는 곳은 희석식 소주라는 용어가 생기게 된다. 물론 법적인 용어는 아니다. 원래는 있었는데 2012년 법률에서 사라졌고, 지금은 주종을 구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의 용어로 사용되는 정도이며, 현재의 희석식 소주 공장은 별도 법인으로 발효와 증류 자체를 모두 같이 하는 주정 공장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70,80년대를 풍미했던 충청도 지방의 백학소주. 예전에는 이렇게 희석식 소주라고 정확히 표기했었다.》


일본은 증류식 소주가 희석식 소주 앞질러
우리나라는 법률에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에 대한 개념을 통폐합해놨다. 즉 법률상으로는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본은 확실하게 그 선을 그어놓았다. 원래 일본은 희석식 소주를 소주 갑류, 증류식 소주를 소주 을류라고 해서 갑과 을로 지정해 놨었다.


<일본의 희석식소주 표기. 소주갑류라고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을 이란 표현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 2002년 그 용어를 바꾸게 된다. 바뀐 용어는 혼카쿠 쇼츄(本格焼酎). 우리말로 하면 본격 소주로 의역하면 ‘제대로 된 소주’를 뜻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Real Shochu(소주 일본 발음)라고 표현한다.

<일본의 증류식 소주 표기. 이렇게 한자로 본격 소주라 표기되어 소비자가 구별하기 쉽게 해 놨다.>


꼭 단식 증류기를 통해 1번만 증류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으며, 맥아와 과실, 그리고 사탕수수 등을 써서 소주를 만들면 안 된다. 맥아는 위스키 원료이며, 과실은 브랜디, 사탕수수는 럼과 같은 재료이기에 이 술들과 차별화시키는 동시에 일본 소주의 정체성을 넣기 위함이다. 재미있는 것이 이러한 것만 아니면 다양하게 발효시켜 만들 수 있다. 양파, 우유, 딸기, 파, 심지어 고추냉이로 소주를 만들어도 본격 소주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법률이 제정되고 난 후, 일본의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03 년부터 희석식 소주 시장을 앞지른다. 결국, 소비자는 원료의 풍미가 있는 술을 인정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농산물의 가치가 느껴지는 일본의 증류식 소주

일본의 증류식 소주 시장이 발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주종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일본 가고시마의 고구마 양조장 견학해보면 먼저 고구마가 들어온 지역의 역사와 다양한 품종부터 알려주며 공정 및 맛을 보는 것은 그 이후로 진행된다. 이는 증류식 소주의 가장 큰 부가가치는 농산물에 있다는 것이며, 그 농산물이 어떠한 것이냐에 따라 가격은 물론 소비자의 인식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농산물이 소주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료를 그대로 표기법에 넣는다면? 희석식 소주는 주정 소주, 안동소주는 쌀 소주로
앞서 설명했듯이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라는 용어 구분은 논란이 많다. 둘 다 희석하고 증류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떤 표기법을 하면 좋을까? 이 부분 역시 논란이 많겠지만, 가장 높은 비율의 원료를 넣으면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희석식 소주의 뒷면을 보면 가장 원료의 비율이 높은 것이 주정. 즉 에틸알코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주의 원료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정 소주라고 표기하게 된다. 반대로 원료가 되는 농산물이 정확한 안동소주(주원료 쌀)는 쌀소주라고 표기하게 된다. 일부 희석식 소주에는 쌀 주정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지극히 적은 비율이다. 즉, 가장 높은 비율의 원료를 표기하면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주정이던, 쌀이던, 소비자가 알고 선택하면 된다. 어차피 풍미가 다른 것이지 증류식이라고 꼭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희석식이라고 몸에 나쁜 것도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과음하면 다 몸에 나쁘다. 

결국 당신의 스타일은? 
농산물이 확실하다 보니 증류식 소주는 늘 희석식 소주보다 가격이 높다. 반대로 희석식 소주는 이것에 비하면 무척 가격이 낮다. 하지만 원료의 풍미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며, 없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결국 선택을 하는 것은 당신의 입맛과 술을 필요로 하는 목적에 어느 것이 부합하냐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증류식 소주에는 지역의 문화가 많이 깃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쫓다 보니 대도시 위주의 소비 확산 정책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맞춘 듯하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소주 시장이 증류식 소주라는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조금 더 지역의 가치를 알리고, 지역 문화와 융합된 제품, 동시에 해당 지역의 음식과 같이 판매되는 모습을 지향해 보면 어떨까? 단순히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함이나, 농민을 살리자는 옛 슬로건이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는 증류식 소주가 시장에서 더욱 굳건한 위치에 있기 위해서는 원재료가 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 상승 및 지역 문화와 토착화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트렌디로 끝나버리는 도시의 짧은 소비 수명을 극복해 나갈 수 있고, 다른 주류와도 차별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표기법도 바꿔야 한다. 

유일하게 한국 술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증류식 소주, 언젠가는 이러한 원료와 농산물을 만나기 위해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낭만도 기대해 본다.

PS.이 글은 SBS라디오 팟캐스트 말술남녀에 나온 내용을 추가보완한 내용입니다. 해당 팟캐스트는 팟빵, 고릴라앱 등에서 들으실수 있습니다.

http://m.podbbang.com/ch/episode/13943?e=2229029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