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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Feb 07. 2020

애주가들에게 추천하는 트렌디한 창업모델

새로워지는 주류 스타트업 비즈니스


스타트업 기업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붐이 불었을 때의 벤처 투자액은 약 3조 원 대. 이후 1조 원대로 떨어진 이후 정체기를 거쳤지만, 올해는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며, 한국 벤처캐피털협회에 의하면 자산운용사 투자금액까지 포함하면 10조 원의 벤처기업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도 현재 한국에 11곳. 미국(210개)·중국(102개)·영국(22개)·인도(18개)·독일(12개)에 이어 6위다. 여당은 2022년까지 이러한 유니콘 기업을 30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현재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대부분의 기업은 플랫폼 사업 및 금융, 뷰티, 호텔, 바이오, 게임 업체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식품 및 주류로도 이러한 스타트업이 가능하다. 특히 주류는 그저 제조와 판매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그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가져가며, 무엇보다 감성을 넣은 문화 마케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것도 비교적 소자본으로도 가능한 분야가 있다. 


크래프트 막걸리로 유명한 한강주조 팀원 들. 


내가 만든 술, 내가 판다. - 소규모 주류 제조 양조장

현재 주류업계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영역은 소규모 주류 제조 양조장이다. 2016년, 세법 개정에 따라 1Kl 이상 5Kl 미만의 저장용기를 구비하면 막걸리 양조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법 개정으로 음식점에서 직접 술을 빚어 판매하는 하우스 막걸리가 생기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젊은 청년들이 모여 크래프트 막걸리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든 주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탁주, 약주, 청주, 그리고 맥주다. 여기에 과실주 부분도 올해 유예기간을 걸쳐 곧 소규모 주류제조면허에 포함된다. 즉, 이제는 와인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외부로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 예전에는 직판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전문 유통사를 통해 전국으로 나가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다만 소규모인 만큼 대량생산이 어려워 하나하나 수제로 만들어야 한다. 가격경쟁력은 비교적 없는 편. 반대로 어떻게 제품에 가치를 녹여내느냐가 중요한 성공 포인트이다. 아쉬운 부분은 이 소규모 주류 제조의 경우는 인터넷 판매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 인터넷으로 팔기 위해서는 지역 특산주 면허를 따야 한다. 해당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며, 농업회사법인 또는 영농조합법인이 되어야 한다. 농산물 생산이 지극히 적은 서울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인 만큼 대부분 교외에 양조장을 설립한다. 



주류 유통과 쇼핑몰을 함께 운영

주류 유통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일반적인 소주, 맥주, 위스키 등을 취급하는 종합주류도매업과 생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 중심의 특정주류도매업이다. 그런데 최근에 특정주류도매업 시장이 후끈하다. 종합주류와 달리 특정주류도매시장은 지역할당제로 배정되지 않고, 또 법률상 전통주로 인정받은 제품은 통신판매업 허가를 거쳐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고 해도 재고를 가지고 판매는 못한다. 오직 배송은 직접 양조장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재고를 가지고 판매한다면 지역 특산주 제조 면허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만약 사업을 한다면, 도매, 소매, 그리고 인터넷 판매까지 모두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청산녹수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전통주 전문 쇼핑몰 술팜


최근에는 이 분야 시장이 진화, 온라인으로 도매 주문을 하는 플랫폼도 생겼다. 벨루가 브루어리가 최초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최종 판매자와 제조사 및 수입사를 연결하는 B2B 플랫폼이다. 한마디로 소매점 또는 레스토랑이 소비자가 된 입장에서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방식은 이메일이나 전화로 기존의 제품을 구매하는 정도에서 머물렀다면, 이제는 수백 개의 제조 및 수입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보고 하나씩 구매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통해 최종 판매자는 판매 제품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고, 반대로 제조사는 보다 쉽게 최종 판매자에게 접근할 수 있어진다.


쇼핑몰은 아니지만, 전통주 정기배송을 하는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 현재 '술담화'가 진행하는 곳으로 매달 새로운 전통주와 그것에 맞는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담아 보내주고 있다.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술을 즐겨보는 것이 이 배송 서비스의 매력 중 하나이다. 



주류 전문가 양성하는 교육 스타트업

주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도 성업 중이다. 맥주, 증류주, 전통주까지 그 영역은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주류제조에 대한 기술을 전수하는 곳도 있지만, 제조면허 취득 과정 및 이후로 진행되는 다양한 홍보 활동도 보완해 준다. 때때마다 양조장으로 연수를 가며, 1년에 1회 정도는 해외로 선진 연수를 떠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3개월, 6개월, 1년 과정 등이 있으며, 수료를 한 이후에 전통주 전문 레스토랑, 제조, 컨설턴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 서촌의 전통주 연구소, 남산의 막걸리학교, 방배동의 가양주 연구소, 삼성동의 벤처대학원 대학교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강사, 컨설턴트, 콘텐츠 제작, 여행 상품 기획자

주류 분야는 특화된 영역인 만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주류 관련된 마케팅, 시설 설비, 문화 콘텐츠, 여행 상품 관련하여 직접 컨설팅을 진행하는 직업군도 활동 중이다. 기존에 폐쇄적이었던 양조장을 대상으로 B2C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함은 물론, 오래된 양조장을 레트로, 뉴트로의 감성을 물씬 담아 재구성해주는 역할도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여행상품을 기획하기도 하며, 제품과 체험상품도 함께 기획하기도 한다. 또 작가로도 활동할 수 있으며, 방송, 칼럼, 전문 강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전통주 전문 레스토랑 창업해 볼까?

최근 10년 사이에 요식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곳이라면 아마도 한식 주점이라고 불리는 전통주 전문점 일 것이다. 특징은 단순히 막걸리와 파전, 삼겹살에 소주라는 공식이 아닌, 음식과 술의 조합을 세밀하게 맞춰 제공하며, 지역적 농산물을 활용하는 등, 상당히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마치 이탈리아의 비스트로 및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와 같은 느낌이다. 현재는 100억 매출이 넘는 월향이 원조 전통주 전문점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전국에 50~100여 곳이 있다. 이러한 전통주 전문점은 기존의 저렴한 이미지를 가진 한국 술 이미지를 쇄신, 다양한 소비층과 접근을 시도, 전통주의 격과 시장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어렵게 구한 전통주인 만큼 소비자에게 부가가치를 넣어서 판매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의외로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사견을 담은 공유 양조장 비즈니스

개인적으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공유 양조장이다. 가끔 술을 빚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밥을 찌는 것부터 섞고, 발효 및 숙성하는 과정이 일반 가정에서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공유 양조장이 있다면, 마음껏 내 술을 만들고, 시음을 해 볼 수 있다. 주변이 평가가 좋다면 자연스럽게 본격적인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선순환 과정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좋아하는 애주가라면 취미로 접근 추천 

다양한 주류 스타트업을 소개했지만, 단순히 많이 마시기만 하는 애주가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구비해놓고 자신이 다 마셔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술의 다양성을 즐기며, 타인에게 농업과 지역이 기반이 된 술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다. 또, 바로 사업에 들어가기보다는 앞서 설명한 교육기관에서 취미와 교양으로 천천히 즐기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 볼 코스이다. 어떤 면에서는 끈기와 인내가 있는 진정한 애주가만이 가능한 일이다. 


다만, 주류사업은 짧은 시간에 대박을 내는 경우는 없다. 대신 한번 자리를 잡으면 사라지지 않는 캐시카우를 만들어 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위스키, 와인, 맥주, 사케의 기업이며, 우리나라의 전통주 및 그 외 주류기업들도 100년 가까이 된 곳이 무척 많다. 100년간 수많은 기업들의 탄생과 소멸을 생각해본다면 이 역시 어떤 면에서는 대박을 일궈내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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