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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Jan 16. 2021

코로나 시대, 바(Bar)들의 버티고 견디는 방법

가장 힘든 겨울, 한국의 바(Bar)



우리동네도 붕세권. 붕어빵 사업을 시작한 영동시장의 유명 바 장생건강원

코로나 시대의 바 생존법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넘어가면서 요식업 시장은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다. 모임 및 회식이  줄은 것은 물론, 가정 내 외식 조차 눈에 띄게 줄은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간편식(HMR)과 밀키트(반조리 식품) 제품의 공세로 굳이 밖에서 밥을 안 사 먹어도 되는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및 포장 판매에 특화된 곳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그중에서도 바(Bar) 시장은 더더욱 힘들다. 배달도 어렵고 포장 판매도 거의 없는 곳. 게다가 밤 9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 새벽에 주로 매출을 올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거리두기 실행은 바(Bar) 영업에 있어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으며, 실제로 수많은 업체들이 폐업 또는 휴업을 결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동 시장의 '장생 건강원', 청담동의 '믹솔로지(Mixology)', 그리고 서촌의 '바 참(Bar Cham)'이다. 이들이 생존하는 방식은 기존의 바 영업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이 참혹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고 있을까?


붕어빵으로 위기 극복하는 영동 시장 장생 건강원

붕어빵 판매로 위기를 극복하는 바가 있다. 7호선 논현역 영동 시장의 '장생 건강원'이다. 상호가 '장생 건강원'인 것은 예전에 흑염소 진액을 판매했던 곳이기 때문. 업종은 바꿨지만 영동 시장의 문화를 그대로 살리고자 옛 이름을 그대로 쓰는 독특한 곳이다.


영동 시장 장생 건강원. 서정현 오너 바텐더. 가장 하단은 칵테일 들기름을 만드는 모습.

이곳의 출근 시간은 원래 저녁 6시.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오전 10시로 바꿨다. 바로 오전 11시부터 붕어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고객을 위해 준비했던 장소라면,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붕어빵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장생 건강원'은 바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던 방식 그대로를 붕어빵에 적용했다. 다양한 허브를 넣기도 하며, 뿌리 팥과 일반 팥을 블렌딩한 특제 팥 소스에 슈크림, 고구마, 그리고 직접 만든 피자 소스까지 서민적인 메뉴지만 다양한 옵션으로 고르는 맛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오후 5시부터는 프리미엄 붕어빵을 선보인다. 바로 크로와상 반죽으로 만든 붕어빵. 꽐라만시라고 불리는 이 메뉴에는 이곳만의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들어간다.

장생건강라면 하이볼 세트 및 붕어빵 세트 꽐라만시 등
칵테일 양양 불떡볶이

점심 장사를 위한 식사 메뉴도 개발했다. 직접 끓인 닭고기 육수에 라면을 넣은 '장생 건강 라면과 하이볼 세트', 그리고 술 마신 속을 풀어주기 위한 '어묵 세트와 잔치국수'다. 여기에 시장 상인들과의 협업도 진행되고 있다. 바로 시장 내의 들기름 가게와 제휴, '들기름'이라는 칵테일도 만들었으며, 또 시장이라는 정감 가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청양고추 마가리타', 또 시장 내 떡볶이 가게와 공동으로 떡볶이 육수와 레몬, 그리고 튀김을 살짝 올려 만든 '양양 불떢복이 칵테일'도 이곳만의 메뉴다. 이곳의 대표는 JW 메리어트 수석 바텐더 출신의 서정현 씨. 전통주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힘든 시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서 직원들과 함께 극복하고 싶다며, 이럴 때 영동 시장 상인분들도 적극 협조해 주시고 계시다고 말하였다.


논알코올 칵테일 젤리로 비대면(온라인) 판매 추진

논 알코올 젤리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곳도 있다. 청담동의 유명 바 '믹솔로지(Mixology)'다. 이곳의 콘셉트는 바로 믹스(Mix). 대표는 마리텔에도 출연했던 김봉하 씨로 단순한 바텐더보다는 혼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믹솔로지스트를 지향한다. 이곳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냈다. 바로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칵테일 젤리를 만든 것. 일반적인 주류는 당연히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알코올 도수 1% 미만으로 낮춤으로써. 칵테일 젤리가 논 알코올로 바뀌었고, 비대면(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믹솔로지 내부 및 무알코올 칵테일 젤리의 모습

제작 과정은 험난했다. 맛과 향을 잡는 과정이 쉽지 않아 수백 번의 테스트를 거쳤으며, 디자인 역시 칵테일의 콘셉트를 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 보드판 위에 해맑게 굴리던 주사위, 거리두기로 비워둔 테이블의 형태 등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현상을 디자인에 담기도 했다.


함유된 칵테일은 80, 90년대 칵테일 붐이 불던 시절의 피나 콜라다, 올드 패션드 등의 클래식 칵테일부터, MZ 세대들이 즐길만한 니그로니, 허브 김렛 등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구성으로 기획했다.



논알코올 담금주 세트와 통삼겹 베이컨 판매

수제 통삼겹 베이컨과 담금주 세트로 위기를 극복하는 곳도 있다. 아시아 베스트 바 50 위에도 들어간 서촌의 명소 바 참(Bar Cham)이다. 한옥을 개조하여 바로 만들었으며, 모두 참나무로 꾸며졌기에 바 참(Bar Cham)이라는 명칭이 되었다. 월드 클래스 코리아 우승자 임병진 대표가 운영 중인 이곳에서는 국내산 통삼겹을 직접 로스팅, 베이컨을 만들고 있으며, 코디얼(cordial)이라는 유럽식 담금주를 논 알코올(알코올 도수 1% 미만)의 선물세트로 제작,  온라인 판매 중이다. 여기에 집에서도 편하게 만들 수 있게 인스타그램 등의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설명도 해 주고 있다.


바 참(Bar Cham)의 모습
바 참(Bar Cham)의 무알코올 코디얼 세트


이 외에도 수익과 상관없이 주류 인문학 콘텐츠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곳도 있다. 탄산바, 믹솔로지, 르챔버 등 유명 바 대표들이 모여 시작한 주품격(酒품격)이라는 유튜브 방송은 이미 구독자가 1만 명이 넘어갔다. 신촌 바코드라는 곳은 영업이 마감된 9시 넘어서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홈술 꿀팁을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지금 자신들의 고객에게 꾸준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며, 코로나가 종식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MZ세대로 구성된 대학생 칵테일 연합 동아리 코콕의 최수현 회장은 한국의 바 문화는 이제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곳으로 바꿔가고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바의 모습은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지금 버티고 견디기 위한 방법 일 뿐.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예전처럼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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