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의 전통주 시장
부쩍 성장한 전통주 시장
2022년은 전통주 시장이 역대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던 해였다. 2018년 456억원이었던 시장이 3배가 넘는 1629억원으로 성장한 것. 이러한 수치는 편의점 등에서 흔히 보이는 막걸리, 약주, 청주, 소주 등의 수치가 아니다. 무형문화재, 식품명인, 그리고 지역 특산주로 이어지는 고급 전통주의 실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통주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 때 성장한 전통주 시장
우선은 유일한 비대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전통주의 특징, 그리고 주세 50% 감면이라는 혜택 덕분이다. 특히 스마트폰 터치 하나로 구매 가능한 카카오 선물하기, 다양한 콘텐츠가 함께 있는 술마켓, 술팜, 그리고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백술닷컴 등 신규 플랫폼의 역할도 컸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전통주 구독서비스를 진행한 술담화 등의 기획력도 매우 훌륭했다. 이렇다 보니 스마트폰에 능숙한 MZ세대(1980년대∼2010년대 생)들이 전통주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전통주 공급은 어디서 이뤄졌는가?
중요한 것은 수요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급이 함께 받쳐줘야 한다. 그렇다면 이 공급을 받쳐준 것은 뭐였을까.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들이 만든 전통주였을까. 물론 이 부분도 있지만 가장 확장된 것은 지역 특산주다. 대를 이어오면서 만들어 가는 무형문화재나 20년 이상 한 분야에 묵묵히 기술을 쌓아가야 하는 식품명인에 비해 지역 특산주는 농업인과 협업하거나 자신이 농업인이 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창업 시장으로 이어진 것이 바로 지역 특산주다.
지방에서도 진행이 용이한 전통주 시장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이라도 워낙에 훌륭하게 발달한 택배 시스템으로 물류 걱정이 적다. 여기에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 등이 좋은 영향을 끼쳐 기존의 제조 및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양조장 체험, 견학, 그리고 직판으로 이어지는 사업 모델 다각화가 이뤄진 영향도 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창업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지역 특산주 면허 취득 개수는 2010년 412개에서 2022년 기준 1514개. 시장도 커졌지만 경쟁사 역시 2배 이상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이 아니다. 현재 전통주 시장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우리술 품평회에서 같은 업체가 수상을 독식하는 경우가 드물다. 여기에 업력이 불과 수년밖에 안 된 업체의 제품이 1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1등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경쟁 업체들이 생겨나는 만큼 1등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어렵다.
초기 자금회전에 시간이 걸리는 제조업
제조업 특유의 자금 회수가 느린 것도 어려운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일반식당은 인테리어를 끝내고 개점하면 수익 여부를 떠나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전통주 제조는 부지를 매입하고, 공장을 짓고, 기계를 설치하고 시제품을 테스트하면서 라벨 및 병 디자인을 고르고, 물건을 구입할 고객까지 찾아야 한다. 여기에 증류식 소주 등 고급 소주를 만든다면 숙성하는 기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매출이 생기고 자금 회수를 시작하는 데 최소 1년에서 3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그 기간까지 수익이 없더라도 버틸 자금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이 사업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어느 한 양조장은 매출 80억원에 영업이익 50억원을 달성한 곳도 있다.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편으로는 성공한다는 것. 전통주를 떠나 영원불멸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