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주류 시장 키워드

내 생각만 넣어 써 본 주류 시장 트렌드

by 명욱

주류시장이 현격하게 변하고 있다. 불경기, 건강 등으로 술을 안마신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여기에 밀키트, 레트로트 식품의 성장에 따른 요식업 시장 둔화, AI구독료 및 AI와의 대화를 통한 인간과의 대화가 적어지는 등 다양한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제 1부 참고 우리는 왜 술을 마시지 않는가?)


그렇다면 앞으로 주류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 그런 의미로 9가지 키워드로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상황을 사견을 담아 정리해보았다.




1. 폭탄주는 죽었다

과거 한국 음주 문화의 미덕으로 통용되던 과음과 폭음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 사실 이는 2019년에 이미 제시되었던 화두이나, 현시점의 대중에게는 더욱 절실한 가치로 다가온다. 이제 무분별한 폭음은 단순한 개인적 실수를 넘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악', 나아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개인의 악'이라 간주될 만큼 도덕적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2. 한 잔의 미학

우리는 오랫동안 초면인 사람과 인사할 때 "주량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것에 익숙했다. 술을 많이 마시는 능력이 곧 사회성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되던 시대의 유물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다르다. 이제는 섭취하는 양보다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 있게 주종을 경험하고 즐기는지가 그 사람의 안목과 품격을 결정한다. 즉, 주류 소비의 헤게모니가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완전히 이동한 것이다.

3. 시간의 가치를 담은 가벼운 취기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개인에게 부여된 시간의 가치는 더욱 희소해진다. 과음은 술을 마시는 당장의 즐거움보다 그다음 날의 컨디션과 시간을 앗아가는 '시간 도둑'과 같다. 여기에 할증된 택시비나 숙박비 등 불필요한 비용과 사회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현대인들은 자신의 시간과 자산을 지키기 위해 리스크가 적은 가벼운 취기 중심의 선택을 선호하게 되었다.

4. 신뢰를 기반으로 한 '몸 안심 주류'

사회 전반에 확산된 '안심 케어' 트렌드는 주류 시장에도 깊이 침투했다. 이제 술 역시 내 몸에 해롭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이다. 무알코올, 저도수, 제로 슈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사양이 되었으며, 소비자들은 무감미료와 좋은 원재료를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었는가'라는 제조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가 주류 선택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5. 묵힌 술의 연금술

팬데믹 전후로 불어닥친 소장 붐은 역설적으로 시장의 정체를 불러왔다. 대중의 술장고와 와인 셀러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더 이상 술을 들여놓을 물리적 공간이 없는 상태다. 이제는 장식장 속에 갇혀 있던 술을 과감히 꺼내 마시며 시간이 흐르며 완성된 술맛의 깊이를 감상해야 한다. 이러한 '묵힌 술의 연금술'을 즐기는 문화적 흐름이 형성되어야 시장의 재구매가 일어나고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어떻게 즐길 것인가(How to Enjoy)'에 대한 콘텐츠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6.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나눔의 헤리티지'

혼밥과 혼술이 늘어난 근본적인 배경은 "너와 마시느니 차라리 혼자 마시는 것이 낫다"는 심리적 저항에 있다. 인간관계가 더욱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웬만큼 깊은 사이가 아니면 동석하여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불편함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 위해 만난 사람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귀한 존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사람이 귀해진 만큼, 우리는 그 소중한 인연과 더욱 가치 있는 술을 나누고자 하는 헤리티지를 추구하게 된다.

7. 대체 불가능한 로컬, 고향의 가치

로컬(지역)은 그 이름만으로도 타 지역이 흉내 낼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다. 최근 활성화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특정 지명에 기부하고 받은 포인트로 그 지역의 전통주를 경험하는 과정은, 소비자가 이전에는 몰랐던 지역 술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이는 향후 지역 기반의 전통주 구독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며, 우리의 뿌리를 확인하는 문화적 행위이기도 하다.

8. 프리미엄 가성비와 똑똑한 소비자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주류 애호가들의 지적 수준과 안목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화려한 수식어와 마케팅 기법에 쉽게 속지 않는다. 가격 대비 품질이 월등한 '가성비'를 철저히 따지되, 동시에 그 제품만이 가진 독보적인 차별점과 '프리미엄'이 공존하는 제품에만 기꺼이 지갑을 연다. 영리해진 대중은 이제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9. 결국은 똘똘한 한 병

결과적으로 2026년의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을 배려하는 가벼운 취기, 그리고 술에 담긴 맥락과 서사를 중시한다. 소중한 사람과 나눌 가치가 충분하며, 나 자신의 취향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나다운 한 병'이 시장의 주권을 잡았다. 이를 ‘똘똘한 한 병’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이 한 병은 결코 비싼 가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똘똘한 한 병은 이미 우리의 셀러나 장식장 안에서 우리의 손길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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