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

by soom lumi

살아 있다는 건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는 모두,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살아오며 우리는 자주 끝을 상정한다.

언제쯤 괜찮아질지,

어디까지 가면 완성일지,

무엇을 넘어서야 비로소 도착이라 부를 수 있을지.


하지만 끝이 있다고 믿는 순간,

지금 흐르고 있는 모든 것을

조급함으로 재단하게 된다.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을 부정하게 된다.


삶은 완성형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쁨도, 회복도, 사랑도

언제나 중간 상태로 흐른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흔들림은

어딘가 잘못 와서가 아니라

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자꾸 현재를 밀쳐낸다.

이 고통은 지나가야 할 것,

이 상태는 임시적인 것,

이 마음은 정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지만 흐르는 것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도 의미를 가진다.

강물은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자기 방향으로 흐르고,

그 흐름 자체로 이미 강이다.


우리는 종종 묻는다.

“이제는 달라졌을까?”

“아직도 이런 내가 맞을까?”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살아 있는 사람만이

자기 상태를 의심한다.

멈춘 것은 질문하지 않는다.


진행 중이라는 말에는

미완의 불안도 있지만,

동시에 가능성의 여백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뜻이고,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건

다시 숨 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서둘러 정의하지 않기로 했다.

괜찮아졌다고 말하지도,

아직 부족하다고 몰아붙이지도 않기로 했다.


다만 이렇게 말해본다.

진행 중이라고.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을 수도 있고,

아직 같은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멈춰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끝을 상정하지 않을 때,

삶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지금의 불안도,

아직 남은 질문도

모두 이 흐름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완성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흐르기 위해 살아 있다.

그러니 오늘도 괜찮다.


아직 답이 없어도,

아직 방향이 흐릿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숨을 쉬고 있다면.


이것은 끝이 아니다.

이것은 실패도 아니다.

이것은 다만,


진행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지금, 여기서 숨 쉬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