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3월인데도 한동안 초여름 날씨 같았다. 그제는 미운 사람이 아침부터 찾아와 말을 걸었다. 나는 못마땅하였지만 대꾸는 해주었다. 그 미운 떠벌이는 조금 떠들더니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났다. 온 적도 없는 것 같았다. 낮에는 양자역학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가 만질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아무것도 없다고 하였다. 그런 것을 배우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외로운 마음도 들었다.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아무도 나를 만지지 않는다면 나는 혼자서 만진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만져진다고 생각하고 나는 정말로 혼자로구나 하고 으스스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저녁에는 별 것 아닌 일로 당신에게 소리를 지르고 당신은 무너지는 탑처럼 주저앉았다. 나는 미련한 사람처럼 탑을 다시 세우려 했지만. 당신은 내 팔을 할퀴고 방으로 냅다 뛰어갔다. 나는 너무 놀라 내 팔뚝을 내려다보고 방문을 한 번 쳐다보고. 그러나 팔뚝에 남은 그 벌건 자국마저 사실 당신 손톱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 쓰라림마저 나는 영 쓸쓸해지고 말았다. 조금 떠들다가 떠난 그 떠벌이의 하얗던 팔뚝이 어쩌면 덜 가여웠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양자역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옛날 도인이나 고승들이 하던 말과도 맞닿아 있다. 어쩌면 무협지에서 무공술을 쓰고 장풍을 쓰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사실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깨우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나는 더 뜬구름 잡는 상상을 하고 있다.
양자역학이 어떻든 이 세상이 가상현실이든 어떻든. 현실의 대부분은 매우 쓰다. 만약 이 세상이 가상현실이라면 정말 난이도를 거지 같이 잡았다고 개발자나, 초기설정오류를 범한 나 자신에게 컴플레인을 걸고 싶다. 게임이었으면 유다희(you die, 소울류 게임의 난이도가 높아서 플레이어가 매번 죽는데, 죽을 때마다 올라오는 메시지) 라도 있지. 이건 한 번 죽으면 아예 끝나버리는 게임이라 무작정 용감해질 수도 없다.
삶의 난이도를 높이는 요건 중에 하나는 역시 사람이다. 삶을 지옥이냐 천국이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관계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 우리는 사실 서로를 만질 수 없다고 한다. 전자기력의 밀어내는 힘을 촉감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우리는 맞닿을 수 없다. 그러니 벚꽃축제에서 커플들이 연체동물처럼 서로에게 기대 꽁냥을 떨고 있어도 솔로들은 안심하시라. 아무리 스킨십을 하고 있어도 사실 그들은 전자기력을 촉감이라고 착각하는.. 흑흑
그러나 아무리 만질 수 없다고 해도 인간이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이란 분명 같은 인간을 무너뜨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있는 유일한 존재다. 오직 인간만이 인간에게 유효하다. 그리고 아무리 만질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온기만큼은 진짜다. 오늘 마주 잡은 당신 손의 온도도 진짜다. 나는 인간과 인간의 가장 감동스러운 행위의 지점이 포옹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의심 없이 상대를 깊게 받아들인다는 원초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막상 포옹하는 그와 실제 맞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따뜻한 온기는 진짜일 것이다. 그것만으로 인간이 인간을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가 서로를 실재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다. 당신의 머리향기와 눈을 찡긋거리는 미소 또한.
당장 사랑하는 이에게 맞는 등짝스매시야말로 맞닿을 수 없는 전자기력이라는 이론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 것이다. 인생에서 이론이란 이론일 뿐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영원히 논리적일 수 없는 것처럼. 아야야 근데 진짜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