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사학과 친구들
금요일 저녁이면 친구들은 마지막 강의가 끝나도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오늘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들에게 물었다.
어느 날은 시청으로, 어느 날은 함덕 민박으로,
우리의 대학 1학년은 그렇게 주말을 맞이했다.
함덕에는 민박집마다 아주 큰 방이 마을회관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정규 MT가 아니어도
사이가 매우 좋았던 동기들은 매번 천 원짜리들을 모아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더랬다.
금요일 밤마다 공중전화박스 앞에서 '엄마 나 오늘 MT야'를 외쳤던 친구들.
이제는 얼굴도 보기 힘든 친구들의 순하던 모습이 그립다.
길다란 민박집 방 안에서는
한구석에서는 김광석 노래를 기타를 치며 불러대는 무리,
한 쪽에서는 훌라를 치며 내기를 걸어대는 무리,
한 쪽에서는 안주도 없이 술만 들이붓는 무리,
한 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끊임없이 조잘대는 무리,
아주 소수의 청소와 요리를 맡아하는 걱정의 무리가 함께하는 이상한 MT.
그 이상한 MT를 행복해하는 친구들이
다음날 버스를 타고 돌아가며 내뱉는 술 냄새 가득한 숨소리.
그 기운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나의 오감은 참.
젊어서.
행복해서.
잘 어울려서.
가능한 자리였던.
우리들의 젊은 날.
이제는, 다시 돌아오겠나 싶은 그리운 시간.
안녕.
** PS : 사진은 오늘 함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