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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24. 2021

기도하고 감사하고 칭찬하기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가는 작은 실천

오래된 습관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습관이 한 가지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는 것. 또는 출근길에 기도하는 것이다.

하루에 가장 좋은 것, 깨끗한 시간을 먼저 떼어서 봉헌하는 것이다.


내 욕심대로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남과 나를 다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누구와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물론 자유의지와 지성이 있기에 주체적으로 창조성을 발휘하고 무언가를 이뤄갈 수 있지만,

'자연스럽다'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일이 흘러가고 숨을 쉬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는 힘을, 내 욕심을 빼야한다.


기도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 확연히 차이가 있다.

사람들과 일과 상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돌아오는 반응이 달라지고 순리에 따라 흘러가고 선을 이뤄간다는 것을 체험한다.

나는 겸손하고 침착하고 포용적이며 영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내 욕심을 내려놓고 봉헌하고 관찰력있게 상황을 바라보면서 나의 말과 생각과 행동이 선한 흐름을 이뤄야 한다.


그 정체성을 이루기 위해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로 봉헌하고, 그러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고 잠을 자는 주위에 기도문을 붙여서 쉽게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때는 감정적으로 동요되거나 생각하고 판단하고 분석하기보다 기도하면서 상황을 맡기고, 감정과 생각을 분리해 거리를 두고 보면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 침착하고 의연하게 선택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실천하고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는 시기에 회사를 다닐 때에는 기도 없이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없을 정도였다. 출근하려고 눈을 뜨면 다시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잊고 싶었고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입맛이 없었지만 건강을 위해서 밥을 먹으려고 해도 음식을 목구멍에 넘기기 어려웠고 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고 머리는 멍했다.바짓가랑이 잡듯이 기도를 하고 나면 그래도 깊은 수렁에서 철푸덕 빠져있던 몸과 마음을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업무가 시작되면 수도 없이 밀려드는 요청과 다른 사람들의 평가섞인 말들, 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동료들, 내 직급에서는 제어가 안되는 무수한 상황들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그 기도의 힘으로 하루하루 그래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꼭 해야하는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


감정이 널뛰거나 깊이 가라앉거나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겪는 상황에서 마음 속 의지를 일으켜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살아있으니까 귀여워'라는 책을 쓴 작가는 실제로 본인이 깊은 우울증을 앓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임을 받아들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해냈을 때 작은 칭찬을 스스로에게 했고 그것을 책으로 펴냈다.

세수한 것, 밥을 챙겨 먹은 것, 오늘 하루를 살아낸 것, 모두 참 잘했다고.

꼬물꼬물한 그림체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짧고 따듯한 칭찬 한 마디.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

 

내가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데에도 데일리루틴이 도움이 됐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꼬박꼬박하고 그것을 기록해서 눈으로 보게 됐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여겼던 내가 뭔가를 그래도 계속 해내고 있구나, 계속해서 꾸준히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에 옮기기가 좀더 수월했고 뭔가 다른 작은 일이라도 시도할 힘이 났다.

내가 쓰던 앱은 마이루틴(https://myroutine.kr/)이라는 앱인데, 간편하게 루틴 설정을 할 수 있고 루틴을 달성했을 때 귀여운 이모지를 도장처럼 붙일 수 있어서 붙이면서 '내일 또 해서 이모지 붙여야지'라는 마음이 든다. 다만 연간 또는 월간 결제를 해야하고 초반에는 무료버전을 쓸 수가 있다. 

예전에 아이폰 쓸 때 3년 전에 습관 앱을 추천받아서 결제해놓고 쓰다말다 했던 경험이 있어서 결제할 결단을 내리지 못했지만...꽤 좋았다.

노션을 배우지 못했지만, 노션으로도 이런 스타일로 루틴 작성을 하도록 템플릿 구현이 가능할 것 같은데... 한 번 시도를 해봐야겠다. 

시간이 돈보다 귀하기에, 그리고 습관의 힘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면 유료 앱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 어쩌면 더욱 더 나 자신을 정돈하고 자율적으로 주체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왔는데, 습관을 잘게 쪼개서 실천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상황을 만들어가야 겠다.


내가 원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룹은, 청년 기도공동체이다.

세상적인 성공을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선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하고 믿어주고 기도해주고 채워주는 곳. 그 안에서 서로의 변화를, 각자의 변화가 주변의 변화를 만드는 것을 느낀다.

세상은 또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빛이 되어서 그 빛으로 주위를 밝게 비추고자 한다.

몇 년간 반쪽짜리이지만 그렇게 살아왔었다. 

최근 일 년, 우울증과 번아웃의 늪에서 그 반쪽을, 부서진 반쪽을 다시 마침내 찾아서 채워넣었다.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하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시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수녀


인간관계에 대한 상처가 많았던 내가 이 기도공동체에서 회복하고 그 회복한 마음과 태도로 사람들을 새롭게 대하면서 관계를 잘 하면서 직장생활을 했었던 것 같다.

그 안에서도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갈등이 생기는데 그래도 한 형제자매이고 기도하면서 서로 성장했던 것 같다. 내가 대하기 힘들었던 사람과 힘들게 며칠을 보낸 뒤, 우연히 눈에 들어왔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다. 인간관계로 힘들 때마다 이 시 마지막 구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새롭게 만든 습관 중 하나가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 안에서 작은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서 또는 삶 속 다른 것들에서라도 감사할 거리를 찾아서 '감사하다'라고 입으로 말해보는 것이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계속 감사하고 감사하다보니 삶을 살아가는 나의 태도도 좋아지고 하루를 돌아보는 힘, 또 반성하는 힘도 길러지고 있다.


한달어스를 쓰면서 직업적인 전문성에 관한 노력을 쓰고 싶었는데 나는 자꾸 심리적인 부분, 영적인 부분을 쓰게 된다. 

직업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이 부족하고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마음에 깔려있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오다 보니 그런 노력도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고갈되어 있고 당장 갈급한 부분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달어스를 참여하면서 또 긍정확언을 하고 작고 구체적인 노력들을 해가면서 '나는 할 수 있다'에 힘이 붙고 있다. 이것을 동력으로 직업과 관련된 능력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작은 노력들을 길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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