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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14. 2021

퀄리티와 페이스 조절, 그 어디쯤

앞만보고 전력질주할지, 주위 풍경을 보면서 달릴지

일을 하는 이유

1. 서로 각자가 잘하는 것을 교환하며 삶을 풍성히 살기 위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할 수 없기에, 세상이 문명화되고 산업화되면서 각자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서로 그것을 교환함으로써 생활이 더 풍성해졌다.

2.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접목해 현실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면서 스스로 유능감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다.

3.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스스로를 건사하기 위해 수단으로써 일을 해왔다.


내게는 일과 더불어 신앙생활, 가족과의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

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내게 결코 쉽지 않았다.

신앙은 내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방향을 잡는데 나침반 역할을 해주었고, 교회공동체에서 익혔던 삶의 태도를 통해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직장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었기에 내게 산소호흡기 같은 것이다.

가족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나에게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중요했다.

제일 신경을 많이 쓰는 가족구성원은 할머니다. 할머니가 성별이 다른 자식 하나(아빠) 뿐이어서 동성으로서 챙겨주고 신경써줄 수 있는 부분을 내가 도맡아왔다.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보니 식사나 목욕, 염색, 옷, 말동무, 안아드리기 등 소소하지만 나와의 소통을 통해서 힘을 얻으시고 나 또한 할머니 사랑에서 힘을 얻고는 한다. 가족 간 소통을 위해서 가족 구성원과 집안일, 산책, 대화 등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편이다. 나는 가족들이 서로를 더욱 더 많이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나나 동생도 성인이 되었고, 노년에 접어든 부모님, 팔십이 넘으신 할머니까지 각자의 생활패턴과 성격, 취향이 다르다보니 그 간극을 좁히는 게 쉽지 않은데 그 몫을 조금이나마 내가 하고자 했다.

우선순위로 치자면 그 다음이 일이었다.

사람은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업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 삶의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작년부터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되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예능 TV프로그램 <개는 휼륭하다>에 대형견을 훌륭하게 키운 견주가 나왔는데, 본업이 따로 있었는데 애견미용으로 업을 바꿨다고 한다. 이유는 대형견이라 미용을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본인의 강아지를 예쁘게 돌보는데 본인이 하는게 편하고 비용 면에서도 절약이 되서 직접 배워서 하다보니 업을 바꿨다고 한다.

또다른 예능 프로그램 <모란봉클럽>인가에서 VIP경호를 하던 전직 경호원이 나왔는데, 경호원의 업 특성상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고 24시간 모든 것을 VIP에게 맞추어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고됐다고 한다. 상당한 실력자였는데, 가정을 꾸리고 나니 경호원으로 일을 하면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서 본인의 아기를 잘 돌보면서 다른 아이들도 돌볼 수 있는 키즈카페 운영으로 업을 바꾸었다.

유라PD는 박막례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겪고나서 과감하게 하던 일을 관두고 할머니와 여행을 갔고, 그것을 유튜브에 올리고 대박이 나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PD로 전향을 했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시간을 쏟고 싶은가에 따라서 일을 과감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배우게 됐다. 그리고 사랑하는 대상을 위한 용기있는 선택이 멋져 보였다.

(이런 사례들이 마음에 들어왔던 것은 지금 맡은 일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언제든 다른 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덜어보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비록 우선순위가 밀리기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부르심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영리단체에서 콘텐츠를 만들며 단체에서 하는 일을 알리고 모금을 독려함으로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로, 나의 전공과 경험(복지), 내가 잘하는 일(글쓰기)을 접목시킨 일이다.

단체에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강제적인 야근, 회식 등이 없어서 본인이 조절을 잘한다면 워라밸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그렇지만 돈을 벌지 않는 조직 구조상 인력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고 사업 규모에 비해 조직을 적게 운영하면서 업무량을 많이 가져갈 수 밖에 없다. 해가 갈수록 조직이 성장하면서 기대하는 업무성과, 업무범위는 넓어진다. 또, 조직 차원에서 시의성에 따라 새로운 일이 추가되는 경우도 종종 생겨서 일을 제대로 하려고 하면 자발적 야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고민에 빠진다. 내 건강과 다른 삶의 균형을 찾을지, 업무성과를 위해 더 시간을 쏟을지.

업무 단위로 체계가 잡혀있으면서 습득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자발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벤치마킹과 조사, 공부를 통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익혀서 구현해야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또 부서마다 인력이 충분치 않다보니 외주를 써서 또는 자기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선에서 본인이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럴 경우, 콘텐츠 퀄리티나 소요시간에도 편차가 생기면서 신경도 많이 쓰게 되고 시간 투입도 많아진다. 다른 사람 또는 부서와 업무분야가 중첩되거나 업무협조해야하는 일도 종종 있다보니 담당업무를 같이 소화하다보면 정시퇴근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건강을 잃어서 몇 년 간 모든 것을 내려놨던 경험이 있고,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온전히 쉬지 못하는 성격이라 워라밸을 신경쓰게 된다.

그러면서도 내가 맡은 일을 좀더 잘 해내서 내가 한 일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더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알고 좋아하고 동감하고 동참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책임감도 든다. 중간에 붕 뜨는 일이 생기면, 서로 불편하고 껄끄러운 것보다는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고 하면서 나는 언제 쉬지 하는 마음도 든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예상 독자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형태를 제시함으로써 시선을 끌고 정성이 들어가고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가야 한다. 최소의 자원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나의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어떻게 그 시간과 자원을 쓰는 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일이 곧 내가 아니라는 것, 일이 곧 내 인생 전부가 아니라는 것 알기에, 그리고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이기에 페이스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작년, 힘든 시간을 겪으며 자신을 돌아보면서 워라밸 찾다가 뿌리가 깊어질 시간을 주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뿌리가 깊어져야 하는 시기라는 걸 절감하는 요즘, 워크 쪽에 더 비중을 두고 밸런스를 포기한 채 달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달려야 할지 다른 방법은 없을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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