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이상하고 아름다운>
* 웹 매거진 LiiS에 기고 중인 아티클입니다. 원문은 LiiS 웹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B예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감수성이 무딘 경우는 드물죠. 저도 그렇습니다. 근데 저는 공포보다는 기묘함에 더 끌려요.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왠지 이상한 것들이요. 이를테면 매일 걷던 골목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적막하다거나, 전봇대 위치가 어제와 다른 것 같다거나.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 풍경이 묘한 기분을 불러오는 거 있잖아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익숙하던 일상이 갑자기 낯설어질 때가 있어요. 아무 기척도 없는데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는 날이 있고, 누군가 일부러 숨을 죽인 것처럼 고요한 밤도 있죠. 그럴 때 내 상상이 만든 공포가 아니라 정말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틈이 잠시 열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기운'을 먼저 눈치챈 건지도 모르죠. 물론 그냥 착각일 가능성이 99.9%지만요!
그래서 앞으로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를 모아보려 해요.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기묘한 세계를 탐험해 보는 거죠. 가끔은 직접 겪은 경험이나 상상으로 지어낸 짧은 이야기도 곁들일 예정이에요. 혹시 혼자만 아는 기담이 있다면 저한테 몰래 들려주세요.
어느덧 여름이에요. 눈부신 계절이지만 때때로 그늘이 필요하기도 하죠. 그런 날엔 가볍지만 서늘한 이야기 하나쯤 곁에 두는 것도 괜찮다 생각해요.
나만이 아는 조용한 틈을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세계의 바깥, 저 너머를 살짝 엿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기묘상점]은 때로는 한없이 진지하고, 때로는 어이없을 만큼 황당한 갖가지 이야기를 준비할게요. 그럼, 취향껏 골라 보시기를!
무서운 장면이 꼭 피범벅 범죄일 필요는 없다. 모두가 사라진 듯한 조용한 도시, 텅 빈 놀이터에서 삐걱거리는 그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오래된 스피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그런 순간에 불쑥 찾아온다. 무서움도 신기함도 아닌,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그 감정을 사람들은 '기묘하다'라고 말한다.
기묘함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낯설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낯선 것도 아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이를 '섬뜩함(Unheimlich)’이라 불렀다. 무서움은 낯선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익숙했던 것이 낯설게 다가올 때 사람은 불안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지나치게 사실적인 인형, 죽은 자의 귀환처럼 어릴 적 열망하거나 두려워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순간, 억눌렸던 욕망이 되살아나면서 원래는 편안했던 대상이 낯설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감정을 낯섦의 미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철학, 예술 분야에서는 낯설다는 감정을 단순한 불쾌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하나의 인식의 틈, 혹은 사유의 기회로 바라본다. 아방가르드나 초현실주의 작품 속 익숙한 이미지의 해체, 일상의 디테일을 낯설게 만드는 기법 등은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기존 해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미지나 서사 속에서 관객은 오히려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익숙한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그것을 다시 보게 된다.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이 그 불편한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쩌면 환영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심심할 때 괴담을 찾아 읽고, 낯선 풍경을 다시 떠올려보고, 기묘한 게시글에 댓글을 달고. 위험할지도 모른다면서 문틈 사이로 살짝 보이는 어둠을 자꾸 들여다본다. 무서우면서도 보고 싶고, 불쾌하면서도 궁금한 이상한 심리.
인간은 이상하게 생긴 구멍에 손가락 넣어보는 걸 멈추지 못하는 존재다. 아주 오래된 본능일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보며 동시에 탐험하고 싶다는 충동이 함께 밀려오는 것처럼.
그리고 결국 그 불편한 감정은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괴담도, 호러 영화도, 도서관 구석에 있는 오래된 책 한 권도 결국은 그런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때로는 이야기를 계속 확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어차피 멈출 수 없다면 아예 제대로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 역시 똑같다.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쉽게 동요하는 편이다. 기묘한 장면을 접하면 하루 종일 그 생각에 매달린다. 그러면서도 또 찾아보게 된다. 이게 뭔지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그건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장면이라는 걸. 어릴 적 꿈에서 본 것일 수도 있고, 오래전에 읽은 책의 삽화일 수도 있다. 또는 늘 떠올리는 이상한 세계의 조각일 수도 있다. 낯선 것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그게 내 안에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그냥 잊고 있었던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