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소맨:폭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인간의 잔혹함과 생존본능

by 숨은결


체인소맨에 대해)

1. 처음의 거부감

체인소맨은 보다가 중단했었는데 그 이유는 너무 잔혹했기 때문이다. 당시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체인소맨을 보다가 역겹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화면을 꺼버렸다. 한동안 체인소맨은 멀리했다.

최근 극장판이 개봉했고 꽤 호평이라서 다시 봤다.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누군가는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점을 감안해 주었으면!

2. 폭력의 의미를 묻다.

우선 체인소맨 쭉 보다가 챗지피티에게 내 의문점들과 느낀 바를 말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제기한 질문들은 여러 가지 있는데, 이 글에서 몇 개를 소개하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체인소맨은 특히나 스토리 전개에서 흥건한 피, 잔혹한 살육방식이 두드러진다. 과연 작가는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건가 싶었다. 이렇게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애니를 통해서 뭘 말하고자 하는가? 인간 존재의 본질이 악마에 다름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혹은 이 잔인한 폭력에 기반해서 스트레스 해소를 바란 걸까? 나는 무엇을 중점으로 이 애니를 감상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처음 시청할 때는 일단 재미를 기대하며 영상을 시청했는데, 너무 불쾌한 기분이 올라와서 멈췄다. 이번에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보니, 그 순간을 잘 넘길 수 있었다.

3. 본능과 욕망의 묘사

한편으로 덴지가 가진 먹고 자고, 목욕하고, 혹은 성적인 호기심을 채우는 등의 인간 본연의 욕구를 채우는 장면을 꽤 저급하게 보여주지만, 인간은 누구나 가진 본능에 불과하다. 그것이 천박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욕망에 기반해 무엇이든 죽이는 방식으로 삶을 유지하는 모습은 아주 원시적으로 보였다. 이것도 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봐야 하는지 의문이 남았다. 이런 면에서 체인소맨 초반은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4. 폭력은 누구를 위하는가.

두 번째. 체인소맨에서 말하고 보여주는 폭력, 그 폭력은 과연 누구를 위해 행해지는 것인가. 혹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폭력으로 인한 불쾌감을 통해 본성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은 가능한가. 작가는 ‘인간들은 모두 폭력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어,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줄게, 잘 봐. 너희가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란 말이야.’라고 외치는 것일까?


동시에 나는 얼마 전 읽었던 존 윌리엄스의 부처스 크로싱에서 들소사냥 장면을 떠올렸다. 주인공이 콜로라도 계곡으로 들소사냥을 밀러 일행과 떠났다. 밀러의 주도로 이루어진 들소사냥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들소 자체를 멸살하려는 듯 총소리는 끊임없었다. 그런 밀러를 본 주인공은 밀러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장면과 관련해서 칸트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철학자들의 거창한 말이 없어도, 이런 폭력은 인간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결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5.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

세 번째. 그렇다면 인간 존재의 본질에서 이와 같은 폭력성, 폭력을 가장한 존재 방식을 제외하면 인간 존재의 의미는 있는지도 궁금했다.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6. 체인소맨의 상징성

네 번째. 덴지가 체인소맨이 될 때 그의 얼굴은 톱날과 같은 기계로 바뀌는데, 이는 폭력성을 상징하기 위한 장치로 보였다. 덴지 스스로 심장에 있는 줄을 잡아당겨서 체인소맨으로 변신하는 방식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그 자신이 폭력이 난무하지만 자신이 승자가 될 확률이 높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7. 경계 위의 존재

다섯 번째. 덴지는 자신이 아끼던 악마 개 포치타의 심장을 가짐으로써 인간과 악마의 중간 형태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체인소맨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평범하고 약한 존재는 생존하기 어렵다. 악마이거나 혹은 마인이어야 가능했다. 그렇기에 포치타가 그의 심장이 되어 준 것은 덴지에게는 또 다른 삶과 존재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적들이 그의 심장을 노리는 이유 또한 그가 가진 특수성, 변형성에 있지 않나 생각했다.

8. 복종과 생존

그가 체인소맨이 된 이후, 마키마와의 만남은 역시 그의 삶의 배후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본래 악마 사냥꾼이었지만, 홀로 그 일을 했다. 그래서 매우 빈곤했다. 기관에 입양된 개가 된 덴지는 이제 평범한 일상을 누리게 되고 매우 만족해했다. 그는 ‘네' 아니면 ‘멍'이라는 대답만 할 수 있었다. 다른 여타 애니에서의 상하조직 관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9.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인간은 극한 상황에 몰리면 폭력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인간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체인소맨에서 덴지의 말과 행동은 매우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덴지와 같은 환경에 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

12화까지 끝나고 결말이 좀 아쉬운데 마침 극장판이 개봉한 만큼, 마저 보고 내가 떠올린 질문들에 대해서 좀 더 궁리해 보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떠올렸다. 체인소맨에서 보여주는 폭력이 지금 세상에서는 처벌과 감시라는 방식으로 전이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발터 벤야민의 폭력 비판을 위하여도. 벤야민 책은 어려워서 잘 손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시도해 보려고 한다. 이제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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