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얼굴의 기억
르네 마그리트 ‘The Lovers' 연작시리즈 미니픽션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았다. 같은 것을 좋아했고 바라보았다. 심지어 누군가는 우리가 서로 닮았다는 말도 했다. 그 말이 기쁘지 않았지만 그만큼 서로 함께 보낸 시간이 우리를 단단하게 묶어주었다고 생각했다.
즐겨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사는 곳 근처에 우리가 늘 가는 사진관이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면 취하는 포즈가 있다. 정면을 바라보되, 그의 얼굴이 살짝 나를 향해 방향을 튼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나는 늘 정면을 향한 채였다. 우리의 얼굴이 가까워질 때는 이상하게도 언제나 그런 자세로 돌아가 있었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 생각하지 못했다. 항상 그 사람의 얼굴 각도만 방향을 달리했던 것이 바로 우리의 관계가 끝나게 된 이유였다.
그날도 역시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을 방문했다. 다만 여느 때와 달리 자주 가던 사진관이 아닌, 새로 문을 연 곳에 갔다. 사진사는 우리의 포즈가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내 얼굴을 그를 향해 돌리라고 했고 덕분에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내쪽이 아닌 앞을 좀 더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음날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얼굴과 나의 얼굴은 바뀌어 있었다. 내 얼굴이 그인 듯, 그의 얼굴이 나인 듯, 서로 섞여 있었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내 얼굴에는 거무스름하게 수염이 올라오려고 했고, 그의 입술은 짙은 빨간색 립스틱을 칠한 듯한 색을 바른 것처럼 보였다. 내 얼굴표정은 무척 어두웠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계속해서 쳐다볼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뒤로 우리가 사진관에 가는 날은, 고운 비단으로 된 하얀 천을 준비했고 사진을 찍을 때 우리 얼굴을 조금씩 가리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난 그 사람에게 이렇게 사진을 찍어야 할 이유를 끝까지 납득시키지 못했다.
점점 우리의 사진을 찍는 날은 줄어들었고, 그와 동시에 우리 만남의 횟수도, 만남의 기쁨도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어느 날 우리의 관계는 끝나버렸고, 사진 속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