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나로 살기

코리가 남긴 질문

by 숨은결


앨리스 먼로의 코리를 읽고 나서 얻은 질문은 ‘사람은 살아 있으니까 사는 건가? 였다. 작품에서 관습적으로, 그냥 하던 대로 사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게 단지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생각을 고쳐먹은 적이 있다. 본래 나는 매우 결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완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말해 주는 경우가 많기에, 어떤 식으로든 내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존재하길 원했다.


정확하게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늘 목표나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하고 나아가길 선호했는데 어느 순간, 인생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목표점을 당장 결정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변경했다. 게다가 그 시점에 내가 하는 일이며 나란 사람의 재능이나 역량이 애매모호한 상태였다. 어쩌면 내 재능과 역량의 부족함에 대한 핑계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부표 하나 없이 인생의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특정한 큰 점을 찍지 않았다. 이런 방식의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었지만, 거기에서 오는 불균형, 불안과 같은 불안정함이 끼어들었다.


물론 그런 순간들 속에서도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공부하고 즐기며 살아왔다. 그 이후로 내가 과정 중심의 인간이 되었는가 묻는다면, 큰소리로 예스!라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여전히 나는 결과가 중요하다.


코리가 관습대로, 자신의 약점을 약점으로만 보고 어떤 불호도 표현하지 않은 채 무심하게 사는 모습을 보다가 결국 나는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지금의 나는 코리와 무엇이 다른지, 관습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여러분은, 관습대로, 하던 대로 사는 삶에서 얼마나 멀리 와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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