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의 방향을 바꾸기까지
몇 년 전부터 직업을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 보고 싶었던 일들 몇 가지가 떠올랐고,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난 대학원에 진학했고 5년여의 시간이 지나갔다. 마지막 4학기차 접어들 때, 무엇을 할 것인지 미처 결정하기도 전에, 나는 종강 시간에 사람들 앞에서 하나의 선언을 해 버렸다. 이제 직업을 바꾸겠다고, 아니 방향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입으로 내뱉었다.
수료 후에는 생각보다 허전했다. 심지어 공부가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치열한 전선에서 물러나니 오히려 할 일이 없는 듯 느껴졌다. 왠지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느낌이 들어서 상실감도 찾아왔다. 그때 생각지 않게 시도한 게 바로 브런치 작가였다. 신청하고 합격하면서 생활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꽤 즐거웠다.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꽤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보이고 들리지 않던 감각에도 반응하게 되었다. 드라마, 영화를 볼 때도 내게 잠재되어 있던 사고의식이 활발해졌다.
그래서 과거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시작했다. 바로 기획안을 투고하는 것. 집 근처 도서관 몇 곳에 전화해서 준비한 기획안을 보냈는데 읽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내 경우는 감사하게도 바로 읽고 연락을 주신 분이 계셔서 연결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실제 수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두 달 정도 흐르고 계절이 바뀔 즈음에, 도서관 수업이 진행되었다. 도서관에서 홍보해 주신 덕분에 모집정원은 다 채워졌다.
그렇게 뜻밖의 도전이 나름대로 잘 마무리되고 겨울이 다가왔을 때, 이번에는 평생교육원 강좌개설에 응모했다. 충동적으로 시도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살짝 초조했으나, 해가 바뀌고 결과가 나왔다. 감사하게도 합격해서 이제 수업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한 해는 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전달하고 싶은가를 명확하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꽤 긴 시간 청소년 대상으로 독서수업을 했다. 작년 초에 마지막 수업을 정리하면서 학생 대상의 수업을 더 이상 맡지 않았다.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도 잘 맞고 재미있다. 기회가 되면 학생들 수업은 좀 더 할 생각이다. 다만,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더 나아갈 생각은 없다. 예전에도 내 생각과 계획에 기반해서 수업을 설계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이번에 기획한 강의 프로그램은 기존의 전통적인 문학 읽기 수업이 아닌, 내 경험과 읽기 방식을 녹였다. 시각에 변화를 주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더 많은 즐거운 독자가 일상 곳곳에 존재하도록 이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이제 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이 아니라,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숨겨진 결을 찾아내는 '가이드'가 되려 한다. 전통적인 읽기 방식에서 벗어나, 문학을 '색채'로 읽고 소설을 '이미지'로 감각하는 경험. 그 즐거운 전복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