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날에 대한 기억
이 생각의 시작은 조카의 귀여운 쪽지 하나였다.
동심 어린 글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고, 내가 어렸을 때에는 어땠었지? 하고 기억을 더듬어봤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아버지 아래서 씩씩하게 컸고 또래보다 성숙하여 어린 마음에 항상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내게 동급생이지만 언니 같은 존재였다.
우리 집으로 놀러 와서 종종 놀고는 했는데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나는 그 아이와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산타 할아버지는 있다고 주장하는 내게 슬픈 눈빛으로 자기는 그렇다면 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냐고 되물었다.
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하며 그동안 어떻게 굴뚝이 없는 데에도 산타클로스가 집으로 들어왔는지, 어떻게 내가 원하는 선물을 딱 하고 가져다주었는지, 어찌하여 그가 왔는 데에도 내가 깨지 않았는지를 단번에 깨닫게 되었다.
자라면서 반이 바뀌고 그 친구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될 쯤이 되면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아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른이 된 지금은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하다. 혹시나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산타 노릇을 해주고 있을까?
어린이들의 동심을 최대한 오래 지켜주고 싶은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찌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