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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Aug 31. 2021

결혼하니 어때? 뭐가 좋아?

흔하디 흔한 질문에 나름대로 대답하기

많이들 경험해보셨을 질문이다. TV의 토크쇼에서도 연예인들이 결혼을 한다고 하면 종종 나오는 단골 질문이기도 한데, 결혼 전에는 나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종종 친구들에게 묻고는 했다.


흔한 질문에 대부분은 예상 가능하고 비슷한 대답을 한다. “데이트 후에 헤어지지 않아도 되어 좋아요.”, “내 편이 생겨서 좋습니다.”, 이런 대답 외에는 이유가 없을까? 아무래도 일일이 전부 다 말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라 큼지막하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의 결혼은 나에게 어떤 영향과 변화를 주었을까?





우선 30대 초반의 나에게 결혼이란 하나의 과제이기도 했다. 물론 하지 않는 것도 나의 선택이자 권리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으나, 나 또한 20대 중반부터 결혼을 원해왔고 동시에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부모님의 기대와 잔소리는 마냥 무시하지만은 못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결혼식을 마치고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꽤나 큰 해방감이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나 회사를 퇴사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상대적으로 가장 후련했다.


남자 친구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의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상당히  보람이 있었다. ‘결혼이 뭐길래 그렇게 좋으실까?’ 싶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입장과 마음을 깨닫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워보면  공감이 되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확실히 나도 모르게  마음에 안정감 같은  자리 잡았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나누면서 공감을 얻기도 하고, 남편과 함께 좋아하는 것들로 우리의 공간과 시간을 채우며 행복함을 느꼈다. 그게 겉으로도 드러나는지 결혼 후에 아는 언니에게서 나의 표정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묘하게 눈빛이 편안해지고 온화해졌다나.


하지만 점점 서로 가까워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그러한 신혼의 달콤함이라던지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직접 작성한 혼인 서약서의 글귀를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좋았던 순간들의 사진을 보며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려본다. 결국 인간 관계도 그렇고 초심이 중요함을 느낀다.



즐거웠던 기억들을 자주 되짚어 본다.


마지막으로 결혼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처럼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나의 성향 때문인지 매일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러한 경험들은 내게 활기를 준다.


내 경우에는 결혼 후에 예상치 못하게 완전히 새로운 지역, 낯선 환경에서 살게 되었고 그 속에서 적응하며 이전과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살고 있다. 서울에서 쭉 살다가 인구 밀도가 낮아진 곳으로 이사와 생활해서 그런지 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이 생활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런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예전에 몸이 아파서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담당 선생님께서 하신 말이 문득 떠올랐다. “너무 항상 모든 일에 열심히 하려고 집중하지 말고, 몸에도 여유를 주며 느슨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어떤 것이라고 나와있는 데이터는 없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닌데 20대의 나는 건강이나 몸 상태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돌보기보다는 과하게 사용하기만 했다. 위기가 오니 생각을 달리 하게 되는 그런 경험이었다.



얼마전에 집에서 찍은 만삭사진


결혼도 그렇지만 동시에 내 앞에 예정된 또 다른 새로움이 있다. 바로 출산과 육아라는 과정이다. 열 달 간의 길고도 짧은 여정을 곧 마무리하고, 한 달만 더 있으면 새로운 가족이 탄생해 우리 곁으로 온다.


그 힘들다는 육아를 내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걱정도 많았지만, 그동안 차근차근 마음을 정리하고 다듬어와서 이제는 설레고 또 기대가 된다.


어떤 아기를 만날지도 궁금하고,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어떤 새로운 에피소드와 감정들이 기려나.


결혼과 출산 모두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고, 또한 100% 힘든 일만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분명히 웃음이 나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테니 어차피 사는 인생, 좋은 점들을 보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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