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수 Jul 27. 2021

결혼 이후의 달라진 일상

연인에서 가족으로


그렇다면 결혼을 하고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결혼 전에 가장 걱정을 많이 한 부분은 ‘내 삶이 얼마나 변화할 것인가’였다. 큰 파도가 다가오듯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오랫동안 살던 지역을 떠나 서울에 자취를 시작했을 시절, 그리고 외국으로 1년 반 동안 떠나면서 느꼈던 기분이 묘하게 겹쳐졌다. 설렘과 동시에 함께 오는 걱정과 불안감들.


그때에도 지금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걱정한 만큼의 큰 변화는 없었다. 유명한 글귀처럼 대부분의 걱정은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미리부터 겁먹고 하지 않아도 될 사서 하는 걱정인 경우가 많다.



미혼의 라이프 스타일과 기혼의 일상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우선 가족 중심의 날들이 많아졌다. 주위의 먼저 가정을 이룬 친구들이 많아서 미리 알고 있던 사실이었음에도 왜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가족들과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인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결혼을 하면 우리들은 갑작스럽게 효녀, 효자가 되는 것인가?


거의 매일 연락하고 하루 걸러 만나다시피 했던 친구들이 결혼을 하니 주말이면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일쑤였다. 때로는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당연한 변화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실제로 내 상황이 되어보니 더 이해가 잘 되었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의 가족 모임에 대한 생각이 유연하셔서 감사하다. 상황이 되어 만나면 좋고, 아니어도 각자 잘 지내고 있으면 된다고 하실 때 왜인지 모르지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정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확실히 중심이 이 전보다 점점 가족 위주로 되어가는 것은 맞다. 아이가 생기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때때로 이 전에는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한다. 남에게 말할 수 없는 힘든 일이 있거나 또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다거나 하면 결국에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가족이었다. 어른들이 말씀하신 '결국에 남는 것은 가족이야'하는 게 이런 건가? 점점 미안함과 고마움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 미안함은 자연스럽게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마음을 만들어낸다.




두 번째로 크게 체감하는 결혼 후 변화는 연인이었던 우리의 관계가 부부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매일 살을 부대끼며 살다 보니 자연스레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공간을 공유하는 룸메이트와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같은 집에서 각자 취미생활이나 휴식을 할 때처럼 독립적인 부분은 룸메이트와 유사하지만, 공동으로 하나의 가정을 일구어 나가기 때문에 그로 인한 대화와 무수히 많은 선택들이 생겨난다. 마치 하나의 밭에 작물을 심고 물을 주며 함께 가꾸는 농사꾼들이랄까.


그런데 우리의 공간이 생기니 또 그 생활이 처음에는 새롭고 재미있어서 밖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보다 집 안에서 요리를 하고 같이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때로는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또 그 생활에 익숙해지고 서로 점점 더 내추럴한 모습만을 보이게 되었다.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지만 연인이었던 분위기 또한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주말에 데이트 시간을 잡아 외출한다. 사실 서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우리 둘의 관계에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이다. (가끔은 밖에서 보는 남편이 더 멋져 보이기도 하는데 그건 반대로도 똑같겠지?) 멋진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공유하고, 또 때로는 기분이 좋지 않은 일도 함께 겪으며 공감하고 관련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이런 게 차곡차곡 쌓여 단단한 추억이 되는가 싶다.



곧 아가가 태어나요.



다가오는 9월이면 어느새 결혼 2주년이 되며, 동시에 새로운 가족이 태어난다.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앞으로도 동고동락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이가 되길 다짐하며 글을 적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 준비와 남들의 시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