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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Jun 16. 2023

최강 야구, 최강 백수




최강 야구를 보았다. 프로 야구 출범 초기 2년 동안은 고교 야구, 프로 야구를 가리지 않고 경기마다 빼놓지 않고 보았지만 그 후로는 사는 게 바빠 차츰 마음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몣 달 전에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은퇴한 선수들이 펼치는 야구 경기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저 재미로 하는 것이려니 하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무엇에 끌렸는지 재 방영하는 최강 야구를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보게 되었다.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려니 했는데 생각 외로 쫄깃쫄깃한 긴장이 있었다. 비록 현역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승부 근성은 꿈틀거렸고, 경기에 임할 때마다 되살아나는 현역 시절의 감정에 울컥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어느새 나도 조금씩 동화되어갔다. 현직에서 물러난 백수라는 것이 그들과 같은 입장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마음은 아직도 선수로 뛸 때와 같아서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겠는데, 그들이 절감하는 예전 같지 않은 나이와 체력의 한계가 고스란히 내게도 스며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지고 있을 때는 나도 같이 앉아서 용을 쓰고 역전을 하면 나도 덩달아 흥분했다. 다시 몸을 만들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할 때는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가 내 턱 밑을 강하게 때렸다. 그렇게 보다 보니 넷플릭스로 며칠동안 밤낮없이 꼼짝 않고 지난 편을 모두 훑어보았다.







누군가 그랬다. 늙어가는 것에 순응하며 살라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그래야 하는 긍정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안다. 그러려고 하면서도 가끔 꿈틀거리는 선수들의 승부 근성처럼 내 나이에, 내 삶에 반항할 때가 있다. 다 삼키지 못하고 목울대에 걸리는 것이 있다.

아직도 몸과 마음의 괴리에서 나는 온전히 내 나이를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꾸 들썩거리는 마음을 가라 앉히며 지난 과거를 아쉬워하지 않고, 다가올 남은 날을 후회하지 않도록 이제는 최강 백수의 멋을 찾는데 그 근성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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