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기의 딸이 결혼 날을 받았다. 친구에게 그 딸은 자랑이자 남편 같은 든든한 울타리였다. 남편과 이혼하고 난 후에는 보호자처럼 세세한 데까지 엄마를 챙기고, 의좋은 동무처럼 여행을 다니기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었으며, 이혼의 고통도 딸이 있어서 많이 희석할 수 있었다.
숨 쉬는 전봇대 같은 내 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세상 이야기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 그저 병따개용으로 충실한 아들로 만족하며 지냈던 나에 반해, 친구는 딸이 결혼하지 않고 저와 같이 살기를 바랄 정도로 모녀간의 정이 각별했다.
"결혼 안 하고 나랑 그냥 같이 살면 안 돼?
"엄마는~~~~"
하며 딸은 엄마의 투정(?) 섞인 부탁을 뒤로하고 내년 6월 초에 결혼을 하기로 했다. 아들이 결혼 날짜를 1년 후에 잡았을 때는 아직 까마득하게 남은 줄 알았는데, 한 달, 두 달이 바람처럼 지나면서 1년도 금방 코앞에 닥쳤다. 친구에게 남은 6개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득 혼자 남겨진 친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과연 그 숨 막히는 공백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직 단 한 번도 혼자 무언가를 해보지 않았고, 혼자 남겨진 일이 없었던 친구가 앞으로 겪어야 할 빈자리의 무게를 어찌 견딜지 괜히 내가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마음으로 준비하고, 또 준비해도 막상 부딪히는 현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몸소 겪어본 나로서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무심한 아들 녀석의 빈자리도 가끔 헛헛한데 친구 같고, 남편 같던 딸을 떠나보내고 난 그 심정이 오죽할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떼어 놓은 수제비 반죽처럼 한 덩어리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아들 녀석이 새삼 고마워진다. 아들이 친구 딸처럼 마냥 살가운 녀석이었다면 내가 견디어야 할 시간이 더 길고 힘들었을 텐데, 때로는 기함할 정도로 덤덤한 녀석이 나를 강하게 육성(?) 시키려고 그랬구나...... 하며 빙긋 웃는다.
딸이 없어 늘 딸이 있는 엄마들을 보면 부러웠는데 친구 딸의 결혼을 앞두고, 나무 동강 같은 아들 둘만 둔 것이 생각지도 않은 휴면계좌의 숨은 돈에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받은 느낌이다.
같은 상황을 두고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원망이나 아쉬움이 될 수 있고, 고맙고 감사한 일이 될 수도 있으니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이 요상스러운 마음이 참 얄궂다.
어찌 보면 세상사가 새옹지마가 아니라 내 마음이 새옹지마인 것 같다. 아직도 내 안에 굽혀져 있거나, 굴절되어 있는 것이 있다면 잠시 다른 각도로 돌려 생각해 보고 접힌 부분이 있으면 슬슬 문질러 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