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멀다

by 파란 해밀




새로 이사 온 곳이 소도시이다 보니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 배차 간격이 길어서 한 번 놓치면 한동안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늘 버스 운행 시간을 체크하고 집을 나선다. 매번 그래야 하는 것이 때로는 불편하다.



버스를 놓쳐도 5분, 10분 만에 다음 차가 이내 도착하는 부산에 비해, 버스를 놓치면 다른 노선을 알아보거나 다음 차를 기다리다가 약속 시간을 못 맞추기도 했다. 아직 버스 정류장과 노선도 익숙지가 않아 반대 방향에서 기다리다가 시간에 쫓기어 택시를 타야 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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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배차 간격을 왜 이렇게 띄엄띄엄하지?'

'좀 더 자주 하면 되지 않나?'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누가 들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속으로 공시랑 거렸다. 그럴 때마다 재깍재깍 도착하는 지하철과 줄줄이 꼬리를 물고 달리는 시내버스가 많은 부산 교통의 편리함이 아련한 첫사랑처럼 그리워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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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 뒤에 버스가 도착한다는 전자 안내판을 보며 저렇게라도 알려주는 게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날은 심통도 조금 누그러진 날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버스를 타면 빈자리가 많아 늘 앉아서 갈 수 있다. 부산에서는 빈자리가 생기면 엄청나게 재수 좋은 날이지만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단 한 번도 버스를 서서 타 본 적이 없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정류장에서 타면 늘 자가용처럼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고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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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내가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오는 작은 불편함은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으니 배차 간격이 길고, 빈자리가 많은 것은 세트 상품처럼 묶여 있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떼 내어 좋은 것만 취하려고 했던 것이다.


모든 것을 내 입장에서만 생각한 착오였다. 꽤 관대하고 배려를 많이 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 중에 내 안에 여전히 욕심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부러 의식해서 흔들어 깨우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이기심을 부렸던 것이 슬그머니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드문드문 오는 버스를 그윽한(?) 눈빛으로 기다린다. 나를 일깨워 준 스승이 아니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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