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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 플랫폼에서 시작하는 브랜드

브랜드는 왜 다시 플랫폼에서 시작하려 할까요?

by Roi Whang
브랜드는_왜_다시_플랫폼에서_시작하려_할까요.png 브랜드는 왜 다시 플랫폼에서 시작하려 할까요?


요즘 패션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에요. 브랜드가 처음 태어나고 자라는 ‘생태계의 시작점’ 역할까지 맡고 있죠. 무신사와 지그재그가 각각 선보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유통 전략을 넘어 산업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혹시 ‘소담상회’와 ‘Z클럽’ 들어보셨나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지그재그가 각각 운영하는 브랜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에요. 겉으로 보면 단순한 중소 브랜드 지원 사업 같지만 실은 패션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예요.


무신사는 ‘소담상회’를 통해 중소 브랜드를 큐레이션 하고 1개월 만에 3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어요. 지그재그도 Z클럽을 통해 거래액을 9배나 끌어올렸고요. 그럼 질문이 하나 생겨요. 브랜드 입장에서 왜 이 플랫폼들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까요?


과거 플랫폼은 단순한 입점 채널이었어요. 브랜드는 만들어진 제품을 팔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의 초기 설계부터 성장 전략, 콘텐츠 제작, 홍보까지 플랫폼이 개입해요. 하나의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거예요.


이런 변화 뒤에는 소비자의 변화도 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죠. 단순히 ‘예쁜 옷’보다, “이 브랜드는 왜 이런 옷을 만들었을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결국 브랜드는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느끼게 된 거죠.


이런 흐름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차별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어요. 무신사나 지그재그 같은 플랫폼도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단순히 입점 브랜드를 늘리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유망한 브랜드를 ‘키우는’ 생태계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거예요.


플랫폼 입장에서도 신생 브랜드를 유치하는 게 유리하죠. 브랜드가 클수록 마진 구조가 불리해지고 주도권을 브랜드가 가져가게 돼요. 하지만 플랫폼이 브랜드 초기부터 동행하면 신뢰와 파트너십 기반의 관계를 쌓을 수 있죠. 일종의 ‘선점효과’인 셈이에요.


이 전략은 단기 매출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궁극적으로는 콘텐츠, 데이터, 마케팅을 통합한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에요. 특히 무신사처럼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커뮤니티 기반의 마케팅 역량을 갖춘 플랫폼에게는 더 유리한 방향이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런 변화가 비단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한섬 같은 전통 브랜드들도 실적 부진을 반등하기 위해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 육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에프지인터내셔날은 생산설비까지 자체 보유하며 빠르게 유통과 기획을 연결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플랫폼이 브랜드의 시작점이 되는 구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전에는 제조업이 시작점이었고 유통은 끝단에 위치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를 먼저 만들고 그 브랜드를 기반으로 소비자 접점을 설계해요. 산업 구조의 중심이 ‘기획’과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는 거죠.


이런 흐름은 중고 패션 시장의 성장과도 연결돼요.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신제품보다 브랜드의 가치나 정체성에 반응하고 그 의미를 소비에 담고 싶어 해요. 43조 원 규모로 성장 중인 중고 패션 시장에서도 특정 브랜드의 희소성과 세계관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죠.


또한 티몬의 영업 재개나 롯데온-디올뷰티의 파트너십처럼 기존 유통 플랫폼들도 브랜드 중심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어요. 수수료 인하나 단순 할인보다 ‘브랜드와의 관계’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정리하자면, 지금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가 자라고 성장할 수 있는 ‘흙’이 되고 있어요. 입점 조건이나 트래픽보다 어떤 스토리와 철학으로 브랜드를 함께 키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거죠.


이제 브랜드가 선택해야 할 질문은 바뀌었어요. “어느 플랫폼에 입점할까?”가 아니라, “어느 플랫폼에서 시작할까?”예요.


주목해야 할 건 이거예요. 유통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어요. 단기 판매가 아니라 장기 성장, 입점이 아니라 인큐베이팅, 공급자가 아니라 동반자. 브랜드와 플랫폼 사이의 이 관계 재정의가 앞으로 패션 산업 전반의 생존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Date: 2025.08.05 | Editor: Roi W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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