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

그렇게 되도록 만든 순간이 있다.

by 순밖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에 마음을 쏙 빼앗겨 본 적이 있나요?

이 무슨 교장 선생님 훈화 같은 소리일까 싶어서 뒤로 가기를 누르려고 했다면 조금만 더 읽어주시길.

혹시 오늘이 그런 때를 회상하게 되는 순간일 수도 있고, 마침 그런 순간일지도 모르니까요.

저와 화면으로 마주하고 있을 당신에게 외쳐봅니다. 잠시만 와보세요!


이전 편에서 저는 집순이인데 역설적으로 집 밖을 많이 나가게 되는 전시 기획자라고 알려드렸죠.

일의 영역보다 본질적인 '목적'을 생각해 보면 저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라 소개할 수 있겠어요.

시각,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항상 상상합니다.

결국 밖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많이 보고 느껴서 만들어내는 거죠!


이렇게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한 건 마치 운명 같은 몇몇 순간 때문일 거예요.

지독한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가끔은 정말 신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언가 홀린 듯이 선택하는 때가 있는 걸 보니 운명은 있나 봐요.


캡처.PNG

2006년에 론칭됐던 코카콜라의 'Open the happiness' 광고 캠페인을 기억하시는 분?

우리는 볼 수 없는 자판기 내부가 실은 신기한 생물체들과 기계들이 함께 행복을 전달하는 코카콜라를 만드는 공장이었고,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이곳에서 콜라가 만들어져서 모두의 환호 속에 콜라가 나오게 됩니다.

코카콜라를 판매하는 자판기는 행복을 담아내는 공장이란 재밌는 상상으로 풀어낸 거죠.


처음 이 광고를 봤을 때 소름이 돋으면서 너무 짜릿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세상에 이런 걸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죠. 이때가 바로 첫 번째 운명 같은 순간이었어요.


이 영향으로 대학생 때, 광고학과를 다중전공하면서 대형 광고대행사의 대외활동, 각종 광고 공모전을 미친 듯이 하고 다녔습니다. 마치 이 길이 아니면 안 될 사람처럼 말이죠.

그런데 3학년 때 과제를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만든 결과물이 화면으로만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고 볼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세상에 내놓은 콘텐츠가 대중들과 만나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점점 더 발전된 경험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났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레퍼런스를 찾아보다 두 번째 운명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2.PNG 디즈니성을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미디어파사드쇼

이 시기에 제 마음을 확 사로잡은 것은 바로 미디어파사드 쇼였어요.

미디어파사드는 물체의 면에 영상을 투사해서 모습을 다채롭게 바꿔주는 방식이랍니다. 요즘은 예전보다 전시나 행사에서 많이 사용되어 한번쯤은 접해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처음 접했던 레퍼런스는 옛날 거라 찾기 어려워 다들 아실법한 디즈니성 맵핑쇼를 참고로 붙여봤어요)


마치 마법사가 된 듯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관람객에게 환상적인 시간을 선물하는 점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답니다. 그런데 당시에 광고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살아왔던지라 마치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는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되더군요. 한동안 이것에 끌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동안 고민해 보니, 저는 궁극적으로 '일상 속 즐거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구나!'를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기획을 하고자 했던 거죠.


그 뒤로 어떻게 되었냐고요?

집순이가 집 밖을 나가서 밤샘까지 하게 되었어요.

두 번째 운명과 만나 미디어아트 쪽 일을 시작하고 몇 년 후에는 결국 미디어파사드 쇼를 담당했답니다.

그런데 해당 프로젝트를 하면서 깨달았죠.

'아, 이거 밤에 일해야 하는구나? 나... 집에 언제 가지?'

그렇게 집순이는 밖에서 12시간 이상 일을 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쇼나 전시로 운 좋게 여러분의 일상에 한 번쯤 새롭고 즐거운 날을 선물했다면,

저는 또 할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힘들었던 과거는 미화가 되기 때문에 '그때 그랬지'라며 또다시 하고 싶은 마음을 살살 부채질합니다. 중독성이 강한 일임에 틀림없어요.


오늘도 저는 느지막이 귀가합니다. 기분은 좋지만 방전되기 일보 직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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