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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Mar 05. 2019

술. 친구.

ハイボール。友達。

 나의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인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이볼 2잔을 여유롭게 마시면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행복인지, 불행인지 모르는 감성은 이미 온몸 구석구석 세포 줄기까지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감성이 지배를 하더라도 지금 내 옆에 친구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 아마도 행복이겠다. 나머지 술을 다 비우고 3잔째 하이볼을 주문한다. 이미 배는 부르고, 나의 주량을 넘어섰지만 일단 시키고 본다. 그래야 후회 없을 것 같다. 물론 내일이 되면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것에 자책을 하며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고 말 것이다. 지금은 후회 없이 살겠지만, 내일이 되면 후회할 것 같은 그런 삶.


 그런 삶을 친구에게 토해내 본다. 그러면 친구는 나에게 화를 낸다. 처음엔 왜 화를 내나 싶었다. 나의 삶이 그렇게 화날 일인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삶이 아닌 답답하고 모자란 삶인가 싶었다. 이젠 인생의 반을 알고 있는 친구. 화를 내고 있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반응이 예상이 가서 지루하다. 하기야 지루한 것만큼 편한 것도 없다. 어찌 보면 부모보다 편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난 그 모든 걸 이해한 다음 고개를 숙이고, 술을 찾는다. 이제 친구가 나에게 과거를 토해낸다. 그동안 친구의 과거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도 없고, 친구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가끔은 옆에서 묵묵히 있어주면 된다. 나는 그런 흑백 필름 같은 과거를 받아들이고 술을 찾아 친구의 잔을 채워준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등을 두드려준다. 모든 아픔을 비워버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비운 다음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채울 수 있도록.


 어둠이 내리고, 시계의 시침이 북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 거리로 나선다. 거리엔 술 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다들 이 밤의 주인공이 되어 거리를 활보한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내 눈엔 그런 사람들이 불쌍하게 보이고, 옆에 있는 친구 또한 가엾게 여겨진다. 그런 나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 나름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음 날, 후회를 하며 글을 쓰고 있지만 하이볼을 3잔 마신 건 잘한 것 같다. 이런 어른이 되려고 한건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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