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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현 Apr 18. 2024

세월호에 대한 생각

2024년, 10주기


2014년 4월, 나는 왜 바빴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바빴다. 대학원에 입학한 첫 학기였고, 수업은 너무 어려웠으며, 취직 준비를 하는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몰려오는 자괴감을 애써 외면했다. 엄마는 병상에 있었다. 대학원 합격 소식을 들었을 즈음 엄마의 위암 판정 소식을 들었고, 엄마는 수술 전날까지도 수영을 다녀올 만큼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수술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살면서 겪어본 적 없었던, 불안과 공포와 피로로 점철된 힘든 시간이 덮쳐왔다. 아빠는 병원에 상주했다. 나와 동생은 집에서 죄책감에 시달렸다. 집안은 거지꼴, 제대로 씻기고 예쁨받지 못한 개도 거지꼴이었다. 엄마는 뭔가를 먹지 못하고 계속 구역질을 하거나 계속 침을 뱉었다. 의사들은 괜찮다고 했다.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병원에 앉아 있으면 젊은 인턴들이 몇 번씩 찾아와 임상실험을 영업하고 간다고 했다. 암 환자의 정신적 변화 연구에 참여해 주실 수 있냐든지, 효과성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위험하지 않은 신약을 투약해 보자고 권하는 식이었다. 나는 아빠가 일이 있거나 쉬는 타이밍에 몇 번 병원에서 잔 적이 있다. 그것은 괴롭고 슬픈 일이었다. 두 시간 간격으로 간호사들이 맥박이나 혈압을 재러 온다. 엄마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거나 침을 뱉는데, 온갖 수액과 팩이 엄마의 몸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삼십 분에 한 번씩 침통을 비워줘야 했다.


어렸을 때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고 TV 앞에서 엄마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엄마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일반병실에는 TV가 없었다. 티비를 보고 싶으면 휴게실로 나가야 했다. 거기에는 몇줄 의자가 있고, 환자들이 링거를 끌고 나와 티비를 보고, 면회 온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하는 곳이었다. 세월호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는 환자들과 앉아 거대한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천천히 목도했다. 누군가는 혀를 차기도 하고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다른 이의 불행을 보고 흘릴 눈물마저도 남지 않은 사람들처럼 뻑뻑하고 메마른 얼굴이었다. 엄마의 옆모습도 그랬다. 고작 수개월동안 20키로가 넘게 빠져 버린 엄마의 야윈 옆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보통은 어떤 사건에 호들갑을 떨며 과하게 걱정하는 사람이 엄마고, 그에 위악을 부리며 핀잔하는 사람이 나였는데. 우리는 버썩 마른 얼굴로 티비 화면을 쳐다보다가 엄마의 구역질이 시작되어 병실로 돌아왔다.


언젠가 그 일에 대해 동생에게 이야기했을 때, 동생은 다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엄마가 세월호가 잠겨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들을 위해 애달프게 기도했다는 이야기였다. 묵주를 쥐고 몇 단이고 몇 단이고, 반복해서 말이다.


2014년 7월 9일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라면, 엄마가 돌아가신 지도 10년이 된 것이다. 그해 여름 나는 TV를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누가 어떤 짓을 한 것인지 그로부터 밝혀진 국정농단이 얼마나 천인공노할 일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나는 아직도 나의 상처가 더 아픈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지금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천국에서,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을 보고 우리 엄마가 나와 동생을 떠올리며 말을 거는 장면을 떠올린다. 엄마라면 꼭 그랬을 것이다. 오지랖 넓은 아줌마는 그애들 옆에 앉아 이제 괜찮을 거라고, 다 괜찮으니 울지 말라고 달래주었을 것이다.


10년이 지났지만, 하나도 괜찮지 않다. 거짓말 같고, 꼭 꿈 같다. 억울하고 분하다. 방방 뛰고 싶다. 어떤 짓을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가 없고,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다만, 나는 그 마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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