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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iday Oct 23. 2023

월천병

월천병에 걸린 마케터

― 아, 나 월천병에 걸렸구나.


연초에 방 책상앞에 앉아 유튜브를 보다가 박재현 대표님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대화를 하다가 "월천병" 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월에 천만원의 수익을 요즘은 누구든지 다 말한다고 해서 월천병이 돌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심하면 월천 역병이라는 것이다.


근데 마침 내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내용이 아래와 같았다.


<내 다이어리>

내 다이어리, 나도 월천병에 걸렸다.


영상을 보기 전부터 내 카카오톡 배경화면에는 월 500 프로젝트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보았을 때 쯤에는 이미 목표가 어느정도 달성이 되어서 월 1000 프로젝트로 바꾼 상태였다.

나는 그토록 원하던 강의를 대기업에 가서도 하고 있던 참이었고, 회사에서 인정받아 승진과 연봉도 꽤 올랐으며 부업으로도 쏠쏠하게 벌고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행복하지가 않았다. 나에게는 잘못된 투자로 갚아야할 2억 5천의 대출이 있었으며 갚아놓으면 계속 이율이 고공행진하여 결국 이자는 그 자리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우리는 2021까지는 좋았지만 2021 말 부터 지옥이 시작됐다




― 죽을병에 걸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월천병을 선택했다.


2021년에 부동산을 매입했다.


기업이 임차인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장기 계약을 하고 관리도 기업이 들어올 때 나갈 때 모두 하고 나가기 때문에 따로 손을 댈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듣고' 지인의 손에 이끌려 계약을 진행했다.


거기를 직접 방문해 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계약 전에는 방문하도록 알려주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유튜브에 좋은 영상밖에 없었다.

그 때는 사람들이 다 광신도마냥 미쳐있었다. 경매, 수익형부동산, 갭투자 등등.

나는 정말 바보처럼 한참 부동산, 투자 붐이 일어나고 주식 붐이 일어나는 그 때 거센 물살에 휩쓸린 송사리처럼 도장을 들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역월세. 월세를 이자가 넘어서는 것을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나는 월천병에 걸리지 않으면 가슴이 화병으로 답답해서 살 수 없었다.


아래는 나중에 안 사실이다.



보통 서울 외곽에 있는 물건을 서울에 와서 분양하는 것은 조직적으로 이루어 진다.

분양대행사는 회사이름을 언제든지 바꾸고 사라질 수 있다.

전화하는 척을 하다가 남는 자리가 우연히 났다고 하면서 온다. 그리고 빠르게 도장을 찍으라고, 대출을 온라인으로 일으키라고 종용한다.

분양대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 물건을 구매하고 수렁속으로 빠져들어가기도 한다. 명백한 사기고, 다단계다.

건물을 꼭 먼저 보고 계약해야하고 되도록 선분양은 절대 하지 말아야한다. 건물이 어떤 컨디션으로 지어질지 모르는 것은 정말 큰 리스크다. 모델하우스와 다르게 지어져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제보면 거기서 일하던 지인은 자기가 다단계로 업무를 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지금 보면 딱 위에 사람들이 다 먹고 아래 사람들은 결국 지인 팔아서 부동산 사게하고 손절당하고 버려지는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였다.


나는 그 때 결혼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과 나 모두 안정적이게 살려면 부동산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지인이 부동산 붐인 시기에 그런걸 알려주니까 아무것도 못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20 중반을 다바쳐 피땀 흘려 모은돈 7천만원과 그 후 2년간의 수익을 담보로 한 '정말 비싼 수업료'를 내게 된다.

가까운 마트보다 먼 마트가 싸서 거기까지 일 끝나고 걸어가서 바리바리 싸서 들고오며 모았던 돈.

먹고싶은 음료수 안먹고 디저트 안먹고 봉투값 아까워서 항상 안사고 물건이 많은 날에는 바리바리 손으로 들고오며 모았던 돈.

그렇게 작은 돈은 아꼈으면서 참 큰돈쓰는게 쉽다.


내가 왜 자꾸 '나'라는 주어를 앞에 두느냐면 바로 결국 내가 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타자기가 아니라 볼펜이었다면 잉크가 툭툭 터져나올만큼 세게 눌러썼을 '내가' 라는 책임의 무게.

지금도 생각해보면 결국 빨리가려는 내 욕심이 불러온 결과라고 자조한다.


나는 이게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이야 어떻게 이런 인생이 다 있냐 기구하다 기구해, 하면서 읽다가 그래도 주인공이니까 결국 잘되지 않을까 하면서 볼 수 있는 소설.


아아, 지금도 나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친동생의 전세사기 피해, 부모님의 은퇴시기


무서웠다. 나는 짊어질게 많았다.

동생이 이즈음 전세 사기를 당했다. 한참 잘 살다가 계약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집주인이 돈을 들고 해외로 달아난 것이었다. 동생은 며칠 전 건물주를 보고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고 하는데 그 다음날에 집주인이 도주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았더라면 그 안색하나 안바꾸고 동생 인사를 받던 집주인을 잡았을텐데.

그래서 덜컥 동생은 5천정도의 전세자금대출이 자신의 빚이 됐다.


부모님은 은퇴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개인 사정으로 시골에 이사가면서 집을 리모델링 하며 은퇴 자금이 없어졌다.

엄마는 꿈이었던 마당이 있는 집에서 꽃나무 키우며 더 없이 행복해 보이시니 그걸로 된건가.


더 잘해드리고 싶은데 내가 만약 트럭에 치여 죽는다면 누가 이 건물을 매도하지, 세금은 어떡하지, 절대 건강하게 살아남아야겠다 다짐했다. 무서웠다.


내가 아니라 남겨질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갚아나가다 보니 그 때 당시의 월급이 너무 작아보였다.

좋아하는 업종과 워라밸을 생각하여 갔던 회사였는데 다시 치열해질 때였다.


500 프로젝트. 기간은 2년.

카카오톡에 배경에 톡톡 글씨를 적었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아는 프로젝트로 카카오톡 배경화면에 선언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목표로 한 시간이 절반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달성되고 만다.


그렇게 걸리고 만다.

달성하여서 행복하지만 모든수입 다 대출 상환으로 가야하는 월천병에.

팔리지도 않는 애물단지 꼭 부여잡고 나의 책임하나로 달성해야하는 월천병에.



<달성해야만 하는 어른의 책임>

마음 굳게 다지기.



네, 제가 바로 월천역병에 걸린 그 마케터입니다 여러분.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위해 달리는 6년차 마케터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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