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여행

난징에서 상하이

by 순정


방구석 여행 한번 해볼까

오늘은 중국 中国이다


추억 씹어먹기의 끝판왕

나의 기억은 어디까지 소환할 수 있을까


사진 몇 장과 영화 속 그 장소로 인해

나는 오늘도 추억여행을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일까 글쎄 음!!


중국 어학연수 시절
체중계가 없어 확인 불가하나 내 인생의 최저점을 찍었을 것으로 감히 이야기해본다

인생 살면서 어디를 가든 화장실 위치를 확인하던 때는 없었다

사진 속 그녀는 上海로 혼자 여행 중

사실 장트러블 문제만은 아니다

새벽 6시 기숙사 문이 열리는 순간

400M 트랙을 한 시간씩 달렸으며

오전 수업이 끝난 후

점심시간이 행복한 90분인 관계로

30분간의 산책을 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오후 수업이 종료되면

장트러블로 자연스럽게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슈퍼푸드인 토마토와 브로콜리로 식사를 한 후

또 축구장이 딸린 트랙으로 향했다

학교 캠퍼스에 축구경기장이 내가 본건만 3개

학생들을 비롯하여 주변 주민들까지 저녁 식사를 한 후 모두 달려 나온다


할 게 없어서 운동도 아침 점심 저녁 잘 챙겼다

배드민턴 대회에 복식조(인도네시아 친구랑)로 나가 3등을 했다지 아마


조금 더 밤이 깊어지면 기숙사 안으로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 베란다로 나가보면 쌍쌍이 왈츠를 추시는 분들이 밤을 밝히고 있다

처음 몇 주는 음악 소리와 폭죽 소리에 힘들었으나 어느 순간 그 소리들이 들리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첫날 폭죽 소리가 기관총 소리로 들려 혼미 백산 한 날 생각하면 지금도 웃겨 몸서리가 처진다)

(캄보니아에서 밤늦게까지 노래방 기계를 틀어 음치에 박치에 노래를 부르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도착과 동시에 시작된 장트러블로 인해 중국음식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난징南京에서의 반복적인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5월 어느 날 상하이로 출발했다


난징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출발
침대칸에서 쪽잠도 자보고 밤에 라면과 삶은 달걀도 먹으면서 기차여행의 묘미를 즐겼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색다른 기차여행)
그런데 말이지
언제 간 거야... 수업 안 듣고...
5월? 5월 연휴는 단오??
숫자에 약한 당신
(중국 대학은 말이지 연휴로 쉬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보강을 한다 주말이든 일요일이든 학비를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아니 그럼 그냥 연휴에 쉬지 말자고요)

어쨌든 난 출발했다
숙소 예약도 없이 갈 곳도 정하지 않고
스마트폰도 없고, 종이 지도도 없이

그 당시 흔한 여행책자도 없이 무슨 깡인지 카메라만 목에 두르고 출발했다.

이런 걸 무작정 떠났다고 하는 거겠지

날씨조차도 검색하지 않았다

날씨는 기똥차게 좋았다
날씨 운은 역시 나를 따라잡을 자가 없을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난징으로 떠나는 기차에 오르는 순간 비가.. 주룩주룩(기억력 한번 끝내주는구먼)

증거 사진_사진으로 인해 기억하는걸까?

5월 상하이는 덥다
상하이는 말이지
나를 자주 길바닥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길을 잃어서 길치도 아닌데

막무가내 여행자는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많은 상하이 여행 사진이 같은 포즈이다

루쉰 鲁迅 기념관을 찾지 못해 주저앉은 사진이다

묻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상하이에서는 지나가는 분들을 몇 번씩 멈춤 게 했다


상하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 东方明珠塔

요즘 미생을 리메이크한 드라마 平凡的戎荣耀 에서 어찌나 많이 보이던지...

그러나 한국사람이라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곳이 있다

여행 다니면서 기념품 사는 것에 옹색한 나지만 기부를 할 수 있다 하여 기념품을 구입

저 명패가 없다면 그냥 지날 칠 수 있는 평범한 동네

나의 기억과 사진 몇 장으로 상하이를 여행하고 있다


참 신기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그날의 날씨와 공기 그리고 나의 행복함은 그대로 전달되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추억 소환을 하는 이유이며 추억 씹어먹기의 고수가 아닐까

스마트폰을 인천공항에서 분실하지 않았다면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남아 있겠지 그리고 남기기 위해서 지금에 집중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았으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괜찮은 점도 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것

예상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새벽 시장에서 구입한 사과와 만두

공원에서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들

출근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여유로운 나


사실 며칠 여행을 했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

(숫자이므로)

의상이 4번 5번 바뀌는것로 추정할 뿐이다

카페에 앉아 여유 부리는 나

대추 비스킷이 그립다

나의 장트러블의 유일한 군것질거리였는데

한국에 돌아올 때 사 오지 못해 며칠을 아쉬워한 기억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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