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규 May 22. 2024

사용자 경험 디자인 연구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UX 디자인 기반 만들기


대학의 연구실


대학에서 연구실이라 하면 교수님의 방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미대와 다르게 공대생 친구들은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연구실은 대학에서 연구비를 받고 경력도 쌓는 공간이자 기회인 셈이었다. 하지만 미대에서 연구실은 공대의 연구실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연구실 하면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다. 아마도 여러 콘텐츠에서 연구실은 석사생과 그들이 갈려나가는 이야기로 다뤄지는 소재로 다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 전설 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강의 시간에 궁금한 점을 질의응답한 대학 학부생이 있었다. 강의가 끝나면 먼저 강의실을 나와 있던 교수님이 마중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석사 연구원으로 진화하였다고 한다. 연구원 경험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이처럼 대학생에게 연구실이란 다소 낯설며, 무섭고 잘못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이미지가 있다. 



최근 UX 디자인 분야가 성장하면서 미대에서도 공대의 연구실과 같은 환경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UX 디자인 연구실은 대부분 랩(Lab)이라 불리는 것 같다. 연구실이나 랩이나 사실 같은 의미다. 영어냐 한글이냐 어감에 약간의 차이가 나기는 한다. 아마도 20대의 대부분 시간 동안 연구실에 대한 인식이 강렬히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대학의 교수가 학교에 머무는 개인의 사무 공간은 연구실로 느껴지고, 랩은 회사와 같은 구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방의 대학에서 디자인 랩


구글링을 하면 현재 국내 대학에서 UX 디자인 랩에 대한 여러 소개가 있다. 조사를 하면 디자인과 테크, 사람의 심리와 경험을 다루는 멋진 문장으로 랩을 소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랩은 대부분 석박사를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UX 디자인 분야가 매우 복합저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전공 교육을 통해 심미적인 관점에서 UX를 논하기는 어렵다. 이는 논리적인 디자인 접근을 위해서 리서치를 하고, 데이터 중심으로 디자인을 접근하며, 검증을 통해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바이스(device)에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초 개발 지식도 필요하다. 이는 스마트폰의 환경에 최적화된 앱, 웹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TV, 키오스크,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가전제품 등. 때로는 산업 디자인 중심의 관점에서 디바이스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사용자의 행동을 이끌 것인지 PUI 관점에서 UX를 논하기도 한다. 이처럼 UX 디자인의 전문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석박사 과정을 통해 추가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여기서 변수는 대학원생이다. 석박사생이 없다면 랩이 존재할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최근 서울공화국화 된 한국 사회에서 지방 대학은 대학원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UX 디자인 랩을 구축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면 대학원생이 없다면 지방의 대학에서는 UX 디자인 랩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축구 감독 하나로 인해 팀이 변한다. 그 변화는 팀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능력과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은퇴한 위르겐 클롭과 리버풀을 떠올려 보자. 강력한 전방 압박의 게겐프레싱과 역동적인 축구로 리버풀을 30년 만에 우승을 하였다. 이제 리버풀하면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팀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감독은 유망주에 투자를 했다. 현재 리버풀 축구에 맞는 성향의 선수를 육성하며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팀의 문화를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현시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감독으로 티키타카의 펩 과르디올라가 있다. 하지만 클롭 감독과 다소 찾아가 있다. 펩의 축구는 뛰어난 축구 지능, 패싱 능력과 전술 이해도가 필요하다. 이에 선수 육성보다 전술에 맞는 최적화된 완성형 선수를 영입하는 데 집중한다. 



최근 유명세를 탄 국내 축구 감독으로 이정효 감독이 있다. 지원도 부족하고 역사도 다소 짧은 광주를 리그 3위로 시즌을 마무리 한 이정효 감독의 발언에는 뼈가 있다. 이는 스타플레이어도 없고,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축구에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진심으로 미치지 않으면 변화도 없다고 외친다. 이 외침에는 울림이 있다. 완성형 선수를 영입할 여유가 없고, 대형 유망주도 부족하지만 광주는 결과를 만들었다. 부족함을 아는 것부터 변화와 성장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자기 일에 더 미쳐야 한다는 것. 그러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서 UX 디자인의 인프라가 부족하다. 트렌드를 경험하고 신진 테크와 전문 디자이너의 세미나를 들을 기회가 부족하다. 그리고 인턴을 할 기업도 부족하다. 대부분의 UX 디자인과 관련한 기업은 서울과 판교에 밀집되어 있다. 이 상황이 당연하기 때문에 당연히 못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대학원생이 없다고 UX 디자인 랩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 


이정효 감독의 외침처럼 부족하면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에 더 미쳐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위기와 기회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지금부터 미쳐보기로 했다. 

 


크리에이티브와 논리의 틈


디자이너는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명확한 설명과 논리적인 분석으로 이야기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있다. 작품을 보면 어떤 디자이너의 작업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UX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보편성을 추구하는 UX 디자인이다. 따라서 UX 디자인에서 디자이너의 스타일이 돋보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씩 UX 디자인을 보고 크리에이티브와 스타일을 논하기도 한다. 


애플의 UX 디자인을 떠올려 보자. 애플 하면 '감성 디자인'이 떠오른다. 애플의 UX 디자인은 다른 기업의 UX 디자인보다 감성적이다. 몇 년 전에 등장한 AI 에이전트가 그 사례일 것이다. 삼성과 애플이 경쟁을 하며 출시한 AI 에이전트에서 '감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삼성의 AI 빅스비에게 영화 아이언맨의 AI인 자비스를 물어보면 구글에서 자비스를 검색한다. 하지만 애플의 AI 시리는 자신이 자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비행 슈트를 만들고 하지 못해 실망할 것이라는 감성적인 답변을 한다. 



이렇듯 보편성을 추구하고 다소 논리적인 접근으로 빌드업하는 UX 디자인도 나름의 크리에이티브가 있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에서 우리는 어느 기업의 디자인 스타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의 UX 디자인 랩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선생은 '먼저 선(先)'에 '날 생(生)'의 한자로 구성된 단어로서 먼저 태어난 사람이란 뜻이다. 이러한 선생이 가르치는 사람을 의미하게 된 것은 먼저 삶을 살았던 이가 자신의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지식을 구축하기 때문이라 한다. 인간사에 선생으로서 문화를 만들고, 학풍을 만드는 여러 위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UX 디자이너로서 쌓은 전문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UX 디자인 랩의 문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팀의 문화를 토대로 유망주를 육성하며, 그 팀의 문화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자 하는 축구처럼 말이다. 


문화 구축을 위해서 삼성전자의 선행디자인 팀에서 쌓은 10년 간의 노하우와 석박사 과정을 병행하며 쌓은 경험에서 크리에이티브와 논리적인 사이의 틈에서 특유의 문화가 없을지 고민했다. UX 디자인이라고 반드시 스마트폰의 앱을 만들 필요는 없다. 생성형 AI 시대라고 해서 반드시 툴을 사용해 무언가 생성하는 것만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상황은 고유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논리적 접근이 달라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어야 하는 점이다. 재미가 있어야 더 공부하고, 더 도전한다. 재미가 없다면 미칠 수 없다. 


그래서 다소 엉뚱한 상상과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통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UX 디자인을 접근하는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모바일이 아닌 디바이스도 적극 활용해 보고, UX 디자인을 넘어 비즈니스까지 고려하는 컨셉 프로덕트의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했다. 그렇게 2년이 흘러갈 무렵, 대구의 계명대에서 UX 디자인 312 랩을 구성하였다. 




UX design 312 LAB


(1) User eXperience, Brand eXperience, Service Design, Generative AI를 다루고 있습니다.

(2) 경험으로 형성되는 사람의 심리를 바탕으로 공감, 즐거움, 호기심, 감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3) 사람과 기술이 공존하는 인터랙션을 위해 컨셉 서비스와 비즈니스, 디자인을 만들어 갑니다


Insta https://www.instagram.com/312lab

Web http://312lab.xyz/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