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규 Jun 04. 2024

생성형 AI와 디자인

TMS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커리큘럼 구성


생성형 AI의 시대

2021년 여름쯤부터 주변에서 생성형 AI를 아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많아졌다. 커뮤니티에는 생성형 AI로 그림을 그리고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폭풍전야라는 말처럼 큰 이슈가 휘몰아치기 전 고요한 분위기일까 혹은 XR 이슈로 떠들썩하기 때문에 아직 관심이 덜 한 것이었을까. 2022년이 되고부터 부쩍이나 ChatGPT와 미드저니 이야기가 많아졌다. 


이 시기에 회사문을 박차고 나와 교문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AI에 대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사회의 패러다임과 기술의 특이점을 받아들인 시점이 늦은 국가는 쇠퇴하였다. 디자인과 교육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최근에는 스케치, 피그마가 등장하고 많은 에이전시가 사라진 사례가 이와 같을 것이다. 생성형 AI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 그대로 이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생성형 AI로 변화할 상황을 상상해 봤다. 생성형 AI로 인해서 개인의 노동으로 여러 디자인의 시안을 만드는 일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형태가 달라질 뿐일 것이다. 생성형 AI는 리더와 디렉터의 오더 후에 움직이는 디자이너이며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상상해 봤다. 이는 직장에서 리더가 업무 오더를 정확히 내리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상황과 유사했다. 그렇기 때문에 생성형 AI를 통해서 앞으로 미래는 직급 파괴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은 디자이너 밑에 5명 정도의 사원이 함께 움직이는 소규모 회사처럼 되지 않을까. 1인 디자이너가 회사가 되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 이는 생성형 AI는 노동을 줄여주는 5명의 업무 담당자처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생성형 AI 툴의 한계를 인지해야 할 것이다. 매 달 새로운 툴이 등장한다면 툴의 공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 너무나 쉬운 툴을 어떻게 응용할지가 중요할 것이다. 스가노 에리코(2022)는 MIT에서 음악 교육을 하는 데 있어 창의적인 발상을 하고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는 과정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이는 인터넷에 널려있는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고 새롭게 재해석하는지이다. 즉 현대 사회는 새로움이 없고 새로운 해석이 크리에이티브가 될 것으로 이야기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 재미있는 


생성형 AI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한 서비스, 툴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AI가 보이는 모습은 재미있기도 하다. 생성형 AI에 대한 두려움과 준비과정 보다 재미난 관점에서 현재 기술과 상황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로 디자인 업무 과정의 노동 형태가 변하는 것도 고민해야 하지만, AI를 통해 우리 주변 많은 서비스가 변할 수 있는 상황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생성형 AI의 기술이 쓰이는 상황을 다른 상황의 서비스에 적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상상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프로덕트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가 재미있어야지 디자인을 더 하고 싶어 지듯 AI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먼저 찾아보는 데 집중했다. 유튜브, 커뮤니티, 인터넷에서 다양한 생성형 AI와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가장 재미있게 본 이야기는 AI가 부처를 대신할 수 있는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스님은 AI가 여러 번 같은 질문을 해도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부처의 경지라 이야기를 했다. 


고도로 발달한 AI는 예수나 부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AI가 지식의 양이 사람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AI를 종교와 그 서비스에 도입한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I가 신을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은 유기물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적 신호로 구성된다. AI가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따라 할 수 있을까. 한성자(2018)는 AI가 인간처럼 욕망과 집착을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깨달음을 이해할 수 없는 점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AI는 현재 어떤 상황으로 봐야 할까. 


일본 공항에서 안내를 도와주는 로봇의 밈이 있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할 수 있는지 질문하자 로봇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통제 센터에서 로봇에게 질문한 사람과 대화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아마존도 비슷하다. 아마존의 무인매장에서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AI 기술은 사실 인도 사람 1000명이 뒤에서 있었기 때문에 구성된 서비스인 것이다. 



이처럼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생성형 AI의 기술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예측한 콘셉트와 서비스로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성형 AI로 디자인하는 것 외에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년 전과 현재 


2005년 대학의 첫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이 한 질문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노트북을 쓰고, 네이트온으로 연락하고, 싸이월드로 재미난 디자인을 스크랩하고, 네이버와 엠파스에서 뉴스를 찾아본다. '여러분은 앞으로 책과 신문이 사라지는 세상을 10년 안에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시각디자인과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20년이 되어가는 현시점까지 교보문고 내 책과 잡지, 신문은 건재하다. 예전보다 발행량이 줄었을지 몰라도 이전보다 매력적인 콘텐츠로 무장한 책들이 많아졌다. 


생성형 AI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사람의 일자리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간과 공존을 하며 노동의 형태를 변화시킬 것이다. 책이 사라지지 않고 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었듯 디자인의 노동 과정에 더 매력적인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아직까지 디자인 최종 결과물을 활용할 디자인 툴의 원본 파일을 생성하지 못하는 만큼, 콘셉트 디자인 과정에서 보다 매력적이고 퀄리티 높은 결과물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어떤 이들은 생성형 AI가 사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 보기도 한다. 사라질 직업도 많아질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이러한 두려움에 생성형 AI 금지에 대한 디지털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에서는 생성형 AI 사용 금지를 제시하는 작가들이 등장했다. 



조선시대에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쇄국정책을 펼쳤으나 결국 세상은 변했다. 생성형 AI를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성형 AI와 함께 기존에 없던 디자인 작업과 문화, 연구과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보면 어떤 모습일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듯 새로운 길을 찾아가 보고자 했다.  



스가노 에리코 저자(2022). MIT 음악 수업. 한세희 역. 현익출판.

한성자. (2018). 인공지능(AI) 로봇의 해탈 가능성 ‒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인가’에 대한 불교적 관점. 한국불교학, 85, 7-3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