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규 Jun 17. 2024

생성형 AI를 통한 제사 문화의  변화 탐구

영정 사진이 영상이 된다면


삶과 죽음, 그리고 영정 사진


인간의 역사에서 죽음이란 어떠한 현상보다 큰 의미로서 다가왔다. 영생을 찾은 고대 진시황의 이야기, 죽음으로부터 이어지는 다음 세계의 이야기, 때로는 죽음이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종교의 믿음과 끝이 있어 앞으로 나아간다는 인간 철학적 관점까지.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게 와닿는 것 같다.


셀리 케이건(2013)은 느닷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불확실성 때문에 인간은 죽음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여정을 우리는 '삶'이라고 한다. 그 삶의 이야기가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그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이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망자가 된 이들을 떠올리기 위한 장례 문화가 자리 잡았다.


장례는 죽은 자를 보다 아름답고 편안히 보내드리기 위한 의식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삶을 되새기는 문화다.  현대 한국 사회의 장례 문화는 돌아가신 이를 추억하고 되새기기 위한 영정 사진을 활용한다. 영정 사진에서 재현되는 인물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형태이며, 온화하고 밝은 표정을 짓는다. 인물 뒤 배경은 단조로운 단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장과 한복 등 예를 갖춘 옷을 입는 상태로 촬영한다. 이는 조선시대의 초상화 문화가 이어져 온 형태이다.


이러한 영정 사진 문화와 관련된 연구에서는 사진 촬영과 관련한 서비스에 대한 연구를 다루고 있다. 최정순&김경희(2016)는 노인 여성이 영정 사진을 촬영하는 데 있어 사후에 본인을 기리는 의미로 사용되기에 화장 및 미용과 유의한 연결고리가 있고, 이는 미용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다. 김문정(2019)은 노인이 초상화를 직접 그리는 행위가 사후 본인을 기리는 데 사용될 영정 사진과 연결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 제시했다. 이처럼 영정 사진 문화는 다양한 접근과 형태가 시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별한 사람의 우울감과 AI 기술


고인과 사별한 사람을 ‘사별 경험자’라고 한다. 사별 경험자는 고인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심리적 고통 및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신체적, 정서적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비애 증상’이라 한다. 이러한 비애 증상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면, 애도 회피를 하게 되며 지속적인 우울감이 이어진다. 이러한 우울증 해소를 위한 접근으로써 AI 기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생성형 AI를 통해 살아있는 사람의 진짜 같은 이미지, 영상, 음악을 창조하는 것 외에도 사람의 행동, 모습, 말투 등 습관을 구현할 수도 있다. 이는 사람의 행동, 목소리 등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특정 인물과 같은 모습을 어느 정도 구현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로 제시되고 있다. 유명 앵커인 ‘김주하’ 앵커의 제스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뉴스에서 활동하는 MBN 뉴스 사례가 있다.


AI 김주하 앵커의 장면


MBC 방송국은 VR 기술을 바탕으로 고인이 된 특정 인물의 외모, 제스처, 목소리 등을 AI로 구현한 뒤, 이러한 AI와 사별자를 만나게 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진행했다. 이처럼 특정 인물의 행동, 제스처, 목소리, 습관 등을 딥러닝 한 기술을 통해서 AI가 특정 인물을 구현하는 서비스가 실제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MBC 다큐멘터리 한 장면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영정 사진의 변화


MBC 영상의 사례와 김주하 AI 앵커 사례와 같이 영정 사진이 변하면 어떠한 경험으로 와닿게 될까. 선행 디자인의 접근을 위해서 생성형 AI가 고인이 될 사람의 SNS, 메일 혹은 오프라인에 작성한 기록을 딥러닝하여 챗봇이 대화하는 것처럼 정보를 기록한다는 전제를 두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딥러닝하여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최근 등장한 GPT-4o과 같이 실시간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AI로 구성되면 실제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GPT-4o 소개 영상 중 한 장면

위 설명과 같이 AI에 딥러닝 한 고인이 될 사람의 정보를 바탕으로 고인 영정 영상으로 구현하였다. 이는 제사 문화에 활용될 상황으로 실험을 해보고자 했다. 이는 제사에서 영정 사진을 두고, 고인과 대화를 하는 문화가 서비스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생성형 AI 기반 영정 영상이 있는 상황의 컨셉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실험물은 디자이너가 AI 필터를 통해서 할머니로 보이도록 준비하였다. 목소리는 딥러닝을 하여 구현한 TTS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였다. 위 UI 시나리오는 고인이 되기 전 자신의 정보를 기록하는 상황으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고인이 된 후에는 장례와 제사 때마다 사용되도록 태블릿 패드에 구현하였다. 제사에 보이는 영정 영상은 다음과 같이 구성했다.




컨셉 UX 디자인의 가능성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준비하며 진행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정량분석과 정성분석을 융합하여 검증을 진행하였다. 인터뷰를 통해서 장례 문화에 대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위 컨셉이 장례 문화를 개선하는 방안일지 기술적으로 접근한 감성적 서비스일지 확인하기 위해서 교차검증을 진행하였다. 검증 결과에서 다수의 피험자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리고 교차검증은 쉬운 접근성, 장례 문화 개선, 제사 의미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문화 개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인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질적인 제사 문화 적용에는 많은 변수가 따를 것이다.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문화와 관습을 바꾸는 데 여러 이슈가 있듯 말이다. 그리고 본 컨셉과 유사한 서비스가 2024년 기점으로 등장한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생성형 AI를 통해서 새로운 프로덕트로서 활용 방안을 유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과학과 기술에 인간을 향한 인문학적 관점과 이야기가 없다면 그저 기술 구현에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문학적 사고를 통해 기술이 사용되며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에 고민을 하게 된다. 본 프로덕트 디자인 프로젝트도 기술이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의 문화와 이야기가 어떻게 바뀔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학교와 학생들이 모여 진행하는 여러 UX 디자인 프로젝트는 주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 경험과 인터페이스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와 같이 트렌드로 다뤄지는 생성형 AI의 기술 구현 가능성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활용 디바이스의 폭을 넓혀보면 어떨까. 재미난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프로젝트 (BX디자인 수업결과 및 HCI학술대회 구두발표 논문)

김경미, 권민지, 김도영, 신혜은, 엄예진, 장순규. (2024). 생성형 AI 기반 영정 사진을 바탕으로 한 제사 문화 서비스 방안 연구.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697 - 702.


312 랩 연구원 (계대시디)

김경미 책임연구원 @gli.xr

권민지 수석연구원 @rning.reen

신혜은 수석연구원 @hyeooniya

엄예진 수석연구원 @yzeenie

김도영 책임연구원 @do_0ski





셀리 케이건.(2013). 죽음이란 무엇인가. 박세연 저. 웅진지식하우스.

최정순, 김경희. (2016). 노년여성의 화장행동, 심리적 특성과 영정사진 화장이미지 선호의 관계연구. 한국의상디자인학회지, 18(1), 1-10.

김문정. (2019). 시니어를 위한 포트레이트(Portrait) 사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 -‘인생사진(영정사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AURA, 43, 33-4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