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소확행과 경험 비즈니스 2
골목길, 소확행과 경험 비즈니스 1
최근 사회는 좋은 대학, 대기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인생 공식에 목매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수입을 추구하는 세대가 형성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로서 문화적 경험 소비를 중심으로 한 소확행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신만의 경험 소비를 위해 도시의 골목길에서 다양한 소상공인 점포를 찾는 현상은 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트렌드로 자리잡게 었다.
[골목길 자본론]의 모종린 저자는 골목길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르는 즐거움이 트렌드를 형성하는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젊은 소비자들은 골목상권이 주는 물질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적, 윤리적 가치를 소비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문화적 현상으로 이야기 했다.
즉 젊은 세대가 획일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자신만의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희망하며 대량소비, 명품과 같이 물질만능주의적 소비문화에서 점차 작은 사치, 감성소비, 문화체험이 가능한 골목길에서 탈물질주의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 주도하는 골목길 상권이 급속도로 확장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한국 사회의 주거 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주택보다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이 보편화된 사회다. 이러한 아파트의 공간은 아마도 내 집 같다는 생각보다 잠을 자기위한 시설로 느껴지는 일이 많을 것이다. 이는 아파트 공간이 마당에서 뛰어놀며 여러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주택의 공간과 다르게 감성적 연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변화하는 사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태양빛이 드는 삶을 보내왔지만,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변화 없는 벽지와 형광등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실용적인 삶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감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정의했다.
이러한 아파트가 보편화 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전쟁 후 극심한 주택난에 시달리며 최대한 많은 주택을 공급하게 된 정부의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한국 사회는 옛 것을 부수고 새롭게 아파트를 짓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의 문화와 단절된 공간, 콘크리트 숲으로 가득한 비자연스러운 공간, 고층 아파트로 가려져 하늘을 보기 어려운 답답한 공간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현대사회까지 이어져 온 탓에 과거 마당에 의해 감성과 연동되는 경험은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현대 고층 아파트보다 80~90년대에 지어진 주공아파트의 저층 아파트 단지가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아마도 아파트 보다 높은 나무와 아파트 입구에 구성된 마당과 같은 풀 밭이 우리에게 감성적 교감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고립된 아파트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과 가깝고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편안한 공간을 찾아 감성 연동을 하고자 골목길을 가는 것이 아닐까.
분명 골목길이 좁고 불편한 공간이다. 하지만 오래된 소재와 공간은 방문객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성과 연동되며 소소한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즉 상기의 감성적 교감을 위해 사람들은 눈과 마음을 현혹하는 강남,명동과 같은 공간을 벗어나서 차분하게 수렴하는 이태원, 해방촌, 경리단길, 익선동과 같은 골목길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의 스타벅스보다 골목길에 있는 작은 카페를 비교해 보자. 방문하기 쉽고 보편적인 메뉴 구성에 따라 주문이 어렵지 않은 스타벅스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스타벅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다르게 골목길 속 카페는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옥과 개화기의 도시 공간을 통해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서울만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보편적이고 획일화 된 스타벅스보다 감성적인 교감을 일으키게 된다.
이는 사라지고 있는 전통에 대한 관심에 따라 낡은 것이 아닌 익숙한 것의 아름다움을 찾고자하는 정서에 따른 교감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정갈한 공간에서 '전통'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문화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문하기 어렵고, 공간도 좁고, 오랫동안 줄을 서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골목길에는 다양한 카페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골목길을 재방문 하게 된다. 오래된 건물, 부서진 건물 등을 재활용하는 사례 중 루프탑(Rooftop) 트렌드도 이 중 하나다.
루프탑에서는 아파트에 가려진 하늘을 쉽게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언덕위에 있는 적당한 높이의 건물 옥상은 남산타워나 롯데월드에서 보는 전경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창문으로 사방이 막혀있는 건물보다, 바람과 햇빛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마당의 경험과 흡사한 공간을 찾고자 하는 행동일 것이다.
이렇듯 확장되어가는 골목길 소확행은 우리나라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SNS를 통해 외국의 로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을 본적이 있지 않던가? 이러한 사례를 위해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를 중심으로 골목길 소확행을 찾아보자.
교토는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의 정신적 수도로서 역할을 한 도시다. 많은 관광객 또한 교토에서 일본만의 문화 경험을 하기 위해서 방문한다. 이러한 교토에 거점을 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고유 방식으로 교토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과 혁신을 융화시킨다.
저마다 개성이 두드러지는 브랜드들도 도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다른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로 구현된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 사례의 골목길 소확행은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험 전달 방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스타벅스를 찾아볼 수 있지만, 교토의 스타벅스는 특별하다. 일본의 전통적 건물과 정원문화를 유지한 좌식 카페이기 때문이다. 교토의 스타벅스를 방문하게 되면 전통과 혁신의 융화라는 매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스타벅스뿐이 아니다. 블루보틀 교토점은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교토만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접근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키요미즈테라와 겐닌지를 비롯한 전통 사찰과 최소한 100년 된 전통 상점 가옥 마치야가 즐비한 기온 거리에서 160년 동안 한결같이 명품 수제 카메라를 생산해온 라이카 교토 매장을 찾아볼 수 있다. 교토의 라이카 스토어는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대변하는 기온 도시 풍경에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건물 내부는 100년 동안 보존된 목재 기둥, 대들보와 조화를 이루며 교토만의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일본의 D&Department는 교토의 도시 경험을 위한 교토 지점을 세웠다.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속돼온 훌륭한 제품을 소개하는 디앤디 파트 먼트는 교토의 도시 경험과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도쿄는 교토와 달리 에도시대를 기점으로 성장해온 도시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교토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도쿄는 도쿄만의 골목길 소확행을 경험할 수 있다. 화려한 도시와 건물 사이에 위치한 다양한 골목상권의 시장들 사이에서도 여유로운 슬로 라이프를 즐길 숨어있는 공간들이 숨어있다.
도쿄의 아트 레스 카페는 프랜차이즈에서 빠르게 마시는 현대 카페 문화에 반하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차문화는 만들어가는 긴 과정에서 향과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공감각적 문화다. 이러한 다도 문화를 현대 시대에 맞게 부활시킨 카페라고 할 수 있다. 드립 커피와 일본 전통적 차를 내리는 방식을 통해 골목길 소확행을 경험하게 한다.
대만을 대표하는 펑리수의 브랜드 중 '써니힐'은 도쿄의 골목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차디찬 콘크리트와 돌로 지어진 건물 사이에 일본 전통 건축 재료인 나무를 활용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지역의 골목에는 숨겨진 카페가 많다.
이러한 사례는 다른 도시의 골목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건축가 쿠마 겐고가 설계한 후쿠오카의 스타벅스, 골목길 끝 홀로 커피를 내리고 치즈케이크를 만드는 아베키 카페, 타이베이의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카페, 산과 나무가 우거진 그늘 사이에 자리 잡은 카페는 우리를 대도시 도심 속 아파트와 고층 건물로 가득한 공간에서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찾게해주는 탈출구인 것이다.
이처럼 세계의 많는 도시에 골목길에는 저마다 고유의 문화에 기반한 소상공인 점포로 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울은 골목길 소확행의 문화를 위해 매력적인 도시가 아닐까 한다. 평소 걷는 서울의 거리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60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종로의 거리에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비석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석 주변은 전통과는 거리가 먼 고층 건물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비석에 적혀있는 문화적 스토리를 경험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의 고유문화경쟁력 제고를 위한 역사적 전통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가볍게 바라볼 상황은 아닐 것이다.
역사 속에서 사는 것은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고, 미래를 창조할 풍부한 영감을 만들어내는 산업의 원천이다. 역사 속 문화 콘텐츠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이 확립되면, 다른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경관과 문화적 공간이 탄생하며 도시재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위와 같이 서울의 공간들이 지닌 시간의 흐름과 맥락을 유지한 채 새롭게 재생되는 골목길 속 다양한 소상공인 점포와 소확행 트렌드는 죽어가는 도시 공간에 활력을 찾게하는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확장되어 갈 것이다.
물론 낙후된 골목길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공간에 소중한 기억이 쌓이게 하고, 시간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경험을 전달하고, 자연스러운 자연 풍경을 선사하는 시간이 쌓여 골목길 문화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좁고 불편한 길이어도 자연스럽고 마음이 편한 매력적인 공간이 존재한 골목길에서 작은 행복과 함께 시간을 독점할 수 있는 골목길 소확행의 문화를 미래의 자산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참고자료
마쓰다 무네야키,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2017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 2018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2015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2018
윤주, 도시재생 이야기, 2017
Magazine B, Issue No.67 Kyoto,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