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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 Apr 10. 2024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다움 발견하기

청소년 문학 읽기

제목: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 요시노 겐자부로

역자: 김욱

출판사: 양철북

발행일: 2012-06-15 (1937년 최초 발행)


*2024년 4월 1주 기준 교보문고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스포일러 주의!




독자 리뷰


프리뷰 1: 발행 배경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세계대전 중의 일본제국에서 소외된 인본주의 정신을 지키려 했던 한 지식인의 호소이자, 1937년부터 8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인생론의 고전이다.



요시노 겐자부로 (출처: 펭귄북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인본주의는 피로 점철된 혼돈의 시대에서 그 빛을 발현하였다. 책의 저자인 요시노 겐자부로는 20세기 일본 제국에서 존경받던 지식인이자 편집인이었다. 그는 일본 제국이 파시즘과 군국주의로 물들고, 인간의 존엄성이 피와 이념에 묵살당하던 때 인류가 잃어버린 인간적 가치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알라딘의 저자 파일에 의하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이후, 1945년부터 1965년까지 잡지 ‘세카이(세계)’의 초대 편집장을 지내며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담론을 이끌었다고 한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마지막 단락은 그가 인류에게 남긴 정신적 유산을 함축하는 구절 중 하나다.


“나는 온 세상 사람들이 서로 친한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인류는 지금껏 발전해 왔으므로 머지않아 틀림없이 그런 세상이 올 거라고 믿어요. 내가 그런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이와나미 문고판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일본 이와나미 문고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나미 문고는 교양과 계몽주의를 바탕으로 책을 저렴한 가격에 유통하여 더 많은 이들이 학술적 저작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1927년 일본에서 최초로 창간된 문고본이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처음 발행될 당시에 금서로 지정되었다가, 패전 후 이와나미 문고를 통해 다시 발행되었다. 이와나미 문고가 창간된 목적이 일반 대중에게 교양과 지식을 보급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와나미 문고가 명맥을 이어온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중학교 1학년 생인 코페르와 그의 외삼촌 간의 필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외삼촌은 코페르의 아버지가 남긴 유언에 따라 코페르가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하며, 코페르에게 남겨줄 노트를 작성한다. 코페르는 외삼촌이 지동설을 처음 주창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따서 지어준 별명이다. 호기심 많은 중학교 1학년인 코페르는 용기, 이지메(괴롭힘), 빈곤, 격차, 교양에 대한 경험과 외삼촌의 가르침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한다.



프리뷰 2: 흥행의 그림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왼쪽) / 만화판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오른쪽)


한국에선 작년 2023년 가을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으로 유명해진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원작 소설이 화제에 올랐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청소년 문학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여전히 도서 랭킹 상위권의 자리에 올라있다. 일본에선 2017년 만화가 ‘하가 쇼이치’의 만화책으로 재탄생하여 200만 부가 넘는 판매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독자들은 책을 도덕 수업에 사용하거나 학생들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구매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킨 이유를 취재한 ‘경향신문’의 기사 중 일부다.


만화를 출판한 매거진하우스 측은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있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이토는 이어 “군국주의가 발호하는 시대. ‘편협한 국수주의와 반동적 사상’에 저항하는 책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해 기뻐해야 할까 탄식해야 할까. 1937년과 2017년이 들어맞는 게 마음에 걸린다”라고 밝혔다.

(경향 신문)


미야자키 하야오가 남긴 애니메이션과 만나 국내 도서 시장으로 군주의 시대의 불을 옮겨온 이 고전은, 현재 한국 사회의 일면을 비추어주는 거울로서 국내 독자들로 하여금 그 메시지를 되새기게끔 한다. 우리는 이 책의 걸출한 흥행 뒤에 가려진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갈망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자신의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학부모의 마음이야말로 이 고전이 국내 도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이리라.


하지만 이런 독자들의 열망과는 정반대로, 국내 대학에서 인문학 계열 학과가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은 안타깝다. 학문에 대하여 엄격하게 가해지는 취업률 잣대 배움의 본질로부터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은 2024년에서 인문학이 지니는 가치가 군국주의와 파시즘으로 물들던 1937년의 상황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무너지는 인간의 대지, 우리는 총칼 없는 전쟁 속에 놓인 것일까?



편집 리뷰   


1. 구매 요인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를 보고 구매했다. 영화의 개봉과 함께 베스트셀러로 등극되었으므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는 자식에게 책을 선물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다수 구매하는 것 같다.



2. 만듦새



기본적인 바탕체로 단순하게 타이핑된 제목. 독자들에게 직언하는 느낌이다.


책을 집어 들면 제목을 둘러싼 그래픽이 부분 코팅되어 반짝이는데, 이것이 제목을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이파리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선이 앞뒤표지를 에워싸도록 디자인되었다. 연한 물빛의 색감을 사용해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책등에도 마찬가지로 제목이 심플하게 타이핑되어 있다. 책장에 꽂힌 모습을 보면 궁금해서 집어 들게 될 것이다. 반면 원서의 표지는 캐릭터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디자인되었다. 한국판은 일본 원서의 느낌보다 더 엄숙하고 진중한 방향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결한 만화풍의 그림이 내지 곳곳에 있다. 귀엽다. 외삼촌의 편지임을 구분해 주는 그래픽이 작게 삽입되었다.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조금 촌스럽다. 그래도 옛날 책인 게 티가 나서 향수가 있다.




3. 마케팅 / 홍보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영화, 그 원작의 향기

100년 동안 사랑받아 온 인생론의 고전


”책을 읽는 순간, 기억 속에 묻혀 있던 배선에 앗, 하고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었다” - 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란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출판사는 이 이점을 적극 이용해 책을 홍보하고 있다. 띠지의 문구, 보도자료 모두 문두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을 올렸다. 그렇지만 왜 리커버 판을 발행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정판을 출시했더라면 판매지수가 훨씬 높았을지도 모르겠다.



4. 총평


1937년에 첫 발행된 글인 만큼,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내용이 흥미롭다. 교양서지만 뚜렷한 이야기가 있어서 코페르의 성장을 지켜보는 맛이 있는 재밌는 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한 것처럼 중간중간 전기가 찌릿하고 통하는 듯한, 어딘가 메모해놓고 싶은 문장들이 있다. 이런 글맛(?)이 좋아서 가볍게 읽기에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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