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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 May 21. 2024

『오 마이 갓김치!』 - 영한번역가의 생활 엿보기

독립출판물 읽기

제목: 오 마이 갓김치!

저자: 재스민 리

출판사: 인디펍 (독립출판)

발행일: 2024-02-22



Oh my God - 김치!



수출 전선의 숨겨진 역군! 영한번역가의 생활 엿보기


1


한영번역가 재스민 리(이지민)가 제작한 독립출판물이다. 올해 1월 텀블벅의 프로젝트로 등록되어 목표 금액인 50만 원의 두 배를 모금하고, 다음 달인 2월 인디펍을 통해 정식으로 발행되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적이고 치열한 사유가 녹아 있는 책이다. 저자는 번역가로서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자신이 역자로 참여한 작품들을 되짚어보며 성찰한다.


저자 재스민 리(이지민)는 자신을 ‘카멜레온 번역가’로 소개한다. 한국 문학부터 영화, 웹툰, 그래픽 노블, KPOP 콘텐츠에 이르는 가지각색의 K콘텐츠를 번역한다. 제50회 <코리아 타임스>에서 『가만한 나날』의 영역본 『still days』로 한국 현대문학 번역상 우수상을 받았다. 프리랜서로서 이외의 통•번역 일을 겸하기 때문에 한 매체에서 N잡러로 소개되기도 했다.


2


이른바 ‘K콘텐츠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는 지금, 수출 전선의 숨겨진 역군인 한영번역가의 일과를 담은 에세이집. ‘오 마이 갓김치!’라는 독특한 제목은 저자의 말버릇으로부터 비롯한 것으로, 한영번역가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문구다. 본문에는 저자가 직접 전하는 K콘텐츠 번역의 비즈니스 현장부터 프리랜서로서의 일상까지 다각도로 충실하게 쓰인 단편들이 이어진다.


앞서 말했듯 『오 마이 갓김치!』는 한영 번역에 관한 책으로, 익숙한 영한 번역을 다루는 주류 출판물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시중에 내놓아진 대표적인 번역 에세이로는 『번역: 황석희』(황석희, 달), 『번역가가 되고 싶어』(이윤정, 동글디자인), 『번역가 K가 사는 법』(김택규, 더라인북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노승영•박산호, 세종서적), 통번역사 인터뷰집 『번역하는 마음』(서라미•정재혁, 제철소) 등이 있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은 『번역가 되는 법』(김택규, 유유), 『번역의 탄생』•『번역의 모험』(이희재, 교양인), 『갈등하는 번역』(윤영삼, 크레센도)와 같은 번역 실용서다. 각각의 작품은 중심으로 다루는 매체나 언어를 달리 하지만, 많은 부분 작품의 수입에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에 반해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독특한 저자의 경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웹툰이나 KPOP 콘텐츠의 번역에 얽힌 황당하고 색다른 일화나 <가만한 나날>로 제50회 코리아타임스 한국현대문학번역상을 받기까지의 과정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얘기들이 흥미롭고 재치 있게 쓰였다.



<아이돌 멤버, 너의 이름은: K팝 콘텐츠 번역> (왼쪽) / <의성어와 의태어의 향연: 시끌시끌 웹툰 번역> (오른쪽)



저자는 예상 독자로 K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독자, 예비 영어 번역가, 프리랜서 생활이 궁금한 독자를 꼽고 있고, 나도 매일같이 K콘텐츠를 소비하는 처지라 읽게 되었다. 익숙한 것들에서 낯선 세계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출판, 웹툰, K팝까지 폭넓은 콘텐츠를 다루니 대부분의 독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또  저자가 번역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영한 번역에 관한 각종 조언들도 함께 실려 예비 한영 번역인들은 진로의 얼개를 파악하는 데 이 책을 참고해도 좋겠다.




출판 디테일


1 표지 / 내지 디자인


우리가 익숙한 시집의 모양과 비슷한 판형으로 제작되었다. 총 168면이고 무선 제본이다. ‘K콘텐츠 번역가의 생존 가이드’라는 부제에 걸맞게 번역가로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이드북으로 들고 다니기 좋을 것 같다. 더불어 표지에 아트지가 두껍게 쓰여서 무선제본이지만 단단하고 그립감이 좋으며, 손가락을 끼운 채 한 손으로 펼쳐보기 좋다.



표지 전체에 새빨간 배경색이 사용되었다. 새빨간 색의 두꺼운 표지 때문에 유난히 광택이 돋보인다. 앞표지는 손글씨 느낌의 제목과 저자 본인의 간단한 일러스트가, 뒤표지는 본문의 일부와 일러스트가 장식한다. (본문을 읽으면 저자가 직접 강의를 수강해 책에 사용된 모든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추측컨대 새빨간 색깔은 제목의 ‘갓김치’과 연관된 선택인 듯하다.



내지에도 마찬가지로 저자가 직접 제작한 일러스트가 여럿 쓰였다. 이 일러스트와 내지에 사용된 미색지의 느낌이 합쳐져서 어딘가 영어 교과서(?) 같은 인상을 준다.



2 홍보


다양한 플랫폼-텀블벅, 브런치, 인스타그램-에서 저자의 손으로 직접 홍보되고 있다. 독립출판물서점인 인디펍을 통해 대형 온라인 서점에 등록되었으며, 이번 달 동안 영풍문고의 독립출판 기획전에 선정되어 한편에서 전시 판매되고 있다. (영풍문고 종각 종로본점, 광주 터미널점, 분당 서현점, 동탄 롯데점, 광복 롯데점)


*영풍문고의 독립출판 기획코너는 ‘대한독립 출판만세’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서점만의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경영 전략의 일부로 운영되어 왔다. 베스트셀러 옆 칸,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처럼 소개글과 함께 전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새로운 소비층이 이 기획전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보여왔음에도 기획전이 아직 일부 매장에만 주최되는 것은 아쉽다.


영풍문고 독립출판 기획전 (인디펍)



3 총평


글과 그림, 심지어는 제목에서부터 저자만의 색깔이 진하게 드러난다. 책 한 권 읽었는데 저자만의 개인 공간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 저자의 개성으로 거침없이 쓰인 문장을 읽을 땐 때로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저자의 자아와 가감 없이 대면할 수 있는 것이 이런 독립출판물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평소 K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모두에게 다른 친구가 되어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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