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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오늘만큼은, 나에게 건네주세요.

by 담쟁이캘리




혹시 제 구독자 분들 중에

그 이야기 기억하시는 분들 있을까요?



언젠가 올린 에세이 중에,

약속 시간에 늦어 분주하게

움직이던 와중에 우연히 만난

택시 기사님과의 이야기 말이에요.



그게 벌써 여러 해가 지났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때가 딱 이맘때

봄이 움트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날씨에도

꽃봉우리를 틔우겠다고

열심히 몸부림치던 그 꽃을 보고는


"열심히 피어서 예뻐요, 참."

흐뭇하게 웃으며 건네던 그 목소리가

온종일 마음을 울려,

기어이 에세이로 쓰고야 말았던

그 날의 이야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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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200M 즈음 남겨 두고

도로가 혼잡해 더 가까이 바래다 주지 못해

애가 타도록 발을 동동 구르던

그분의 마음이 떠올랐어요.



그저 제가 조금 더 서둘렀다면

분주할 이유가 없었을 일을.



괜찮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상 깜빡이를 켜두고

망설임 없이 운전석에서 내려,



제 손을 붙들고 극장 앞까지

함께 달려주시던 그때 그 순간의 온기가

바로 어젯밤 일처럼 떠올랐어요.



더 가까이 바래다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한사코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가겠다며,



안녕히 가라는 인사와 함께 손 흔들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저도 빙그레 웃었어요.


제가 내일 목소리로 전하게 될 이야기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다시금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따뜻한 위로로 닿기를 바라며 -

설레는 마음으로 남은 하룻밤을 함께 고대하며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해 봅니다.












당신의 열심히

쉼 없이 흔들리던 모든 순간이 모여

활짝 피게 될 거예요.


모두가 꽃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꽃이든, 마음이든

아니면 줄곧 나를 괴롭히던 주름진 과거,

하물며 그 어떤 것이든 간에 *



딱 하룻밤.

내일 밤 금요일 8시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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