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앞에서 만난 현실
**글에 나오는 이름과 성씨는 모두 가명입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실제 사례와 픽션을 재구성해 작성된 내용입니다.
연락도 되지 않고 등교도 하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학교 규정은 분명했다. 이런 경우 가정방문을 실시하고 경찰에 보고해야 했다. 담임교사로서 먼저 부모님께 연락드렸다.
"선생님, 집 앞 빌라에서 뵐 수 있을까요?"
부모님의 요청이 조심스러웠다. 집 안이 아닌 집 앞에서 만나자는 말씀에 왠지 모를 무거움이 느껴졌다. 생활지도부장님과 함께 약속된 시간에 빌라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최군의 부모님은 예상보다 훨씬 쇠약해 보이셨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모님의 태도였다. 마치 이런 가정방문이 처음이 아닌 듯한,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최군은 지금 어디 있나요?"
"할머니 댁에 갔어요."
단순한 대답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했다. 아마도 이곳이 아닌 할머니 댁이 최군에게는 더 편한 공간이었나 보다.
생활지도부장님이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혹시... 체벌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버님의 대답이 잠시 머뭇거림 없이 이어졌다.
"어릴 땐 간혹 있었죠. 하지만 크면서는 손찌검한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최군과의 상담에서도, 그의 몸에서도 체벌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릴 때는 간혹'이라는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빌라 앞을 떠나오면서, 나는 최군의 삶의 조각들을 맞춰보려 했다. 집 안이 아닌 빌라 앞에서의 만남을 고집한 이유, 할머니 댁으로 도망가듯 가는 발걸음, 그리고 그토록 급하게 돈을 요구했던 그날의 모습까지.
교사로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