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의 알로에 주스
최군이 여전히 학교에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할머니댁을 찾아가기로 했다. 부모님께 주소를 받고 할머님과 통화해 약속을 잡았다. "어서 오세요" 하시는 할머님 목소리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빌라가 빼곡한 동네, 내가 길을 헤매지 않을까 걱정하셨는지 할머님은 이미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 모습에서 손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샤워기 소리가 들렸다. 오후 3시, 최군은 머리를 감고 있었다. 어디 나간다고 했단다. 할머님은 냉장고에서 알로에 주스를 꺼내 건네시며 말씀하셨다.
"선생님, 우리 손자 잘 부탁드립니다."
그 한 마디에 담긴 할머님의 마음이 가슴을 울렸다. 할머님의 손을 잡고 약속했다.
"최군이 꼭 학교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습니다."
곧 나가려는 최군을 붙잡았다.
"어디 가는 거니?"
"형들이랑 약속 있어요."
그 대답이 가슴을 무겁게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가는 과정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미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는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다시 묻지는 않았다. 대신 미인정 결석이 늘어나면 직면하게 될 현실을 이야기했다.
"네가 계속 결석하면, 후배들과 함께 1학년을 다시 해야 해."
자존심 강한 최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후배들과 같은 교실에 앉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충격이었나 보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최군은 학교에 나오기로 했다.
할머님은 현관까지 나와 배웅하셨다. 손주를 걱정하는 할머님의 눈빛과, 형들과 약속이 있다는 최군의 말 사이에서, 나는 이 아이의 미래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귀갓길, 차가운 알로에 주스의 감촉이 아직도 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할머님의 따뜻한 마음처럼, 최군의 마음도 차갑게 식기 전에 다시 데워줄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