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사랑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최군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떠올랐다.
"아이에게는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 한 사람이 꼭 부모일 필요는 없다. 선생님일 수도, 이웃일 수도, 혹은 최군처럼 할머니일 수도 있다.
할머님이 건네주신 알로에 주스의 시원함처럼, 최군에 대한 할머님의 사랑은 참 순수했다. 대문 밖까지 나와 기다리시던 모습, "우리 손자 잘 부탁합니다" 하시며 잡아주시던 따뜻한 손길, 그리고 배웅하실 때 보여주신 걱정 어린 눈빛까지.
그동안 나는 최군의 문제 행동에만 집중했다. 경찰서에서 보였던 그 냉정한 모습, 친구들과의 단절, 잦은 결석... 하지만 그의 삶에는 할머님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할머님 댁은 그에게 도피처가 아닌, 사랑받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교사로서 나는 이제 조그마한 희망을 보게 되었다. 할머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는 한, 최군에게는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 그 사랑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때로는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사랑이 세상의 모든 훈계보다 강력할 수 있다. 최군의 이야기는 나에게 그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할머님의 사랑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